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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 Jan 19. 2020

리허설

수능과 같은 분위기

 11월 둘째 주 목요일. 수능을 딱 1주일 남기고 있는 시점이었다. 오늘은 학원에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사설 모의고사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침부터 다들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오늘을 수능을 위한 마지막 리허설의 기회로 삼고자 계획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오늘이 수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비슷한 긴장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머니에게는 수능과 똑같이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부탁드렸다. 내가 나의 주변 환경을 모두 바꿀 수는 없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도선에서 최대한 수능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려 노력했다.      


         

 교실에 들어가 앉는 그 순간부터 나는 내가 1주일 뒤 취할 행동을 그대로 행했다. 쉬는 시간에는 귀에 이어 플러그를 꽂고 다음 시험에 관한 필기 노트를 꺼내 공부했으며 모의고사 풀이 중에는 긴장되지 않는 심장을 억지로 긴장하게 만들었다. 점심시간에는 다른 학원생들 모두가 급식으로 식사를 하는 동안 나 혼자 가방에 있던 도시락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동그랑땡 4개와 오징어 채, 그리고 따끈따끈한 콩나물 국. 다음 주에 어머니가 도시락으로 싸주실 그 메뉴 그대로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의 잡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어 플러그를 꽂은 채로 식사를 했다. 다음에 볼 영어 시험을 준비하면서.               



 영어시험은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대로 듣기 시간에는 차분히 듣기 문제만 풀고 방송이 모두 끝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문제풀이를 시작했다. 작년 수능 때와 마찬가지로 적절히 긴장이 유지됐다. 이어지는 탐구 시험까지 무사히 치고 나서야 나는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 만족했다.               


 시험은 꽤 잘 본 것 같았으나 채점은 따로 하지 않았다. 일주일 전 그리 중요하지도 모의고사 성적 때문에 다음 주 수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까 봐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마음속으로 자축하며 매일 하던 데로 자습을 시작했다. 다음 주에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대로만 하자. 불안감 속에서도 확실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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