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만난 새로운 혹, 자궁내막증 재발일까?
이전 일기들은 난임기간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기 전이라 사진도 없고, 머릿속 기억을 바탕으로 썼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앞으로의 난임일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사진과 정보가 더 많고 다양해질 것 같다.
이전 일기에도 적었듯, 인공수정 진행 예정이었던 이전 사이클은 조기배란으로 실패하였다.
그 후 시험관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생리 2일 차에 병원을 내원하였다.
오늘은 담당 원장님이 안 계셔서,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시험관 첫 진료부터 다른 선생님 진료를 보는 게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웠는데, 막상 선생님을 만나니 진료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다.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T와 F가 혼합된 듯한 원장님은, 내 처음 보는 진료기록들을 꼼꼼히 확인하시고, 세심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의 그다지 좋지 않은 몇몇 수치들도 솔직하게 알려주셨는데 조금은 충격적이었지만 오히려 제대로 알고 나니 맘이 편했다.
그렇게 상담 후 본 초음파에서, 왼쪽 난소에 두 개의 동그라미가 보였다. 두 개 다 2.6cm 정도로 작지 않은 크기였다. 하나는 티 없는 검은색이었는데, 이놈은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하셨다. 다만 다른 한놈이 불투명한 검은색이었는데, '자궁내막증의 재발'인지, 이전 난포가 터졌던 찌꺼기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후자였다면 크기가 작아졌어야 하는데, 2주 전 보았던 초음파에서 보였던 것보다 오히려 커진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생님은 두 가지 옵션을 주셨다.
1. 한 달 동안 피임약을 복용하며 주기를 조절하고, 혹의 양상을 관찰해 본 후 시험관을 진행하는 것
> 한 달이라는 기간 지연 발생 + 한 달 뒤면 추석과 겹칠 수 있어 두 달을 날릴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음
2. 혹들로 인해 난포가 성장하는 데 방해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시험관을 못하는 것은 아니니 한번 시도해 보는 것
> 난포가 자라면서 혹들도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함
나는 2번을 선택했다.
1번을 선택했을 때 두 달 가까운 소중한 시간을 날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 아찔했다. 그리고 이전에 자궁내막증이 발생한 오른쪽 난소가 아닌 왼쪽 난소에 혹이 생겼다는 것이 우려되었다. 자궁내막증은 재발이 쉽기 때문에 신속한 임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진료실에서 나오니 몇 가지 검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변검사/호르몬 검사를 위한 채혈/그 외의 피검사를 위한 채혈/심전도검사를 진행하였다.
심전도검사는 난자채취가 수면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행한다. 나는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미 올해 건강검진에서 심전도검사 이상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하여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래서 추가검사를 진행했던 병원에 다시 방문하여,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기로 했다.
무엇하나 쉽게 가는 일이 없다.
(참고로 근처 동탄 베스트내과에서 심장초음파가 가능하여, 나와 같은 케이스인 분들은 그곳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진단서를 많이들 받아온다고 하니 참고)
모든 검사가 끝나고, 상담실에서 간호사 선생님과 '배주사 1:1 과외'를 받았다.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따뜻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마무리로 같이 손을 잡고 천천히 배를 찌르고(... 휴), 주사액을 주입해 보았다. 주사기가 얇아서 그런지 걱정했던 것만큼 아프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시험관을 위한 과배란은 약 10일 동안 피하주사를 놓으며 진행하는데, 일단 첫 5일 동안 'IVF-M HP 300IU'를 주사하고 초음파를 보기로 했다. 이 주사액은 '냉장보관' 해야 하고, 셀프로 주사액과 흰 분말을 섞어준 뒤 주사해야 한다. 약제를 섞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뭐 어쩌겠어, 그저 난포가 잘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미래의 언젠가 지금을 되돌아볼 때,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게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지금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