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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수하 Sep 03. 2020

1화 나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기로 했다

강수하의 일기장 | 영상에세이


이유 없이 월차를 썼다
온전하고도 귀중한 하루가 내게 주어졌다
하지만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요즘은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서다
작년 말까지 회사 다니면서 책을 내느라
아주 바쁘게 지냈어서 잠깐 푹 쉰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지 반년이 넘었다
회사와 방바닥만 오가는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도무지 하고 싶은 일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집은 계속 지저분해져만 가고
수영장 이용권 끊어 놓고도 가지 않았다
그냥 푹 자고 일어난 후엔
40살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흔쯤이면 그래도 뭔가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설마 그때까지 이 모양 이 꼴이겠어
그러다 문득
 서늘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지금 뭔가 잘못 살고 있구나
미래의 나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도 소중한데
지금의 내가 모여서 미래의 내가 되는 걸 텐데
내게는 지금의 나도 아껴 줄 의무가 있다
내가 반년이나 의기소침해 있으면
나는 나를 위로해 줄 필요가 있다
나는 나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 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이제 좀 쉬어도 괜찮아
이제 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살아도 괜찮아
그래, 나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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