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하 영상일기
아침을 갖고 싶어졌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재택근무 날이다
덕분에 주중에도 한 번에 아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여덟 시까지
한 시간 반 거리의 회사에 출근하려면
해뜨기가 무섭게 씻고 나가야 한다
그나마 이건 따뜻할 때 얘기고
겨울은 해도 뜨기 전에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원래 아침형 인간은 아니어서
딱히 아침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내가 간절히 아침을 바라게 된 건
어느 날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다
책은 이렇게 말했다
매일 아침 일기로 마음을 다 쏟아 내고 나면
누구나 스스로를 되찾고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책의 지령에 따라 12주 동안 아침 일기를 쓰려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는 아침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떠 씻는 동안은 아침이 없었다
아저씨들 사이에서 어깨를 낀 채 지하철에서 버티는 시간에도
아침은 없었다
업무를 시작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아침은 없었다
아침은 누구에게나 공짜로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난 그 아침을 갖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
나는 아침이 갖고 싶어 졌다
믹스 커피 말고 내가 좋아하는 라테를 마시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런 아침이 갖고 싶어 졌다
오늘은 주중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잠깐 나의 아침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
나는 언제쯤 나의 아침을 전부 다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곧 근무 시간이다
그래도 오늘은 최대한 더 내 아침을 가져 볼 거다
일은 뭐, 조금 미뤄도 되겠지
나는 이제, 내 아침을 되찾아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