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관찰하는 사람의 자리
나는 이 기록들이 굳이 어떤 현금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유의 목적을 돈에 두는 순간, 기록은 다시 효율의 논리에 갇히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업의 결과로 어떤 보상이 생긴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결과일 뿐이다. 은퇴 이후에도 내 곁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할 본질은 숫자로 환산되는 성과가 아니라, 수학을 대하는 순수한 즐거움과 내가 나에게 부여한 소명의식이다.
책을 쓰고, 수학 에세이를 남기고, 수백 문항의 사고를 설계하여 기록하는 이 일들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다.
이 기록들이 세상에 나가 많이 읽히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당장 쓸모 있는 도구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 작업은 내가 나의 시간을 얼마나 정직하게 대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자, 다정한 가족과 나누는 저녁 식사나 흉물 없는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처럼 내 삶을 지탱하는 소박한 행복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숨기지는 않는다. 다만 그 기준을 남들의 박수 소리가 아니라 내 책상 위, 내가 남긴 기록의 두께에 두려 한다. 타인이 정해준 기준에 맞춰 나를 증명하려 애쓰는 대신, 나는 내가 남긴 기록이 얼마나 정직한지를 보고 나의 가치를 가늠한다.
나의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가 아닌, 내가 남긴 기록의 정직함에서 시작된다. 수학이라는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온 발자취를 남기는 것. 그 과정에서 얻는 고요한 즐거움이야말로 내가 이 작업을 멈추지 않는 진짜 이유다.
자존감을 지키겠답시고 700문제를 붙들고 있는 내가 참 낭만적인 노가다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어떤가.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