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암흑과 설계의 영역

사고를 관찰하는 사람의 자리

by 수한가로

수학 문제를 푸는 주체들이 겪는 가장 큰 난관은 '왜 막혔는지', 심지어는 '자신이 길을 잃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사고의 경로가 암흑 속에 방치되는 것이다.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모른 채 다시 문제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그저 관성적인 반복에 머물기 쉽다. 나는 이 암흑을 설계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해 사고의 궤적을 기록한다.


이것은 어떤 거창한 목적을 가진 활동이라기보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흐름을 단계별로 분해하고 어느 지점에서 논리가 이탈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포착해 나가는 과정이다. 시스템이 성과를 향해 가속할수록, 개별 사고의 미세한 틈을 감지하는 이 장치는 정밀한 시계를 다루는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적 도구와 같다. 아주 작은 먼지 하나가 시계의 정밀함을 결정하듯, 생각의 작은 어긋남이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기록되지 않는 사고는 재현될 수 없고, 재현될 수 없는 사고는 수정될 수 없다.


나는 이 설계도를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KMO 중등부 1차 문항과 각 국의 MO를 분석했다. 문제를 푸는 기술을 설명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고의 설계'를 펼쳐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록이 쌓일수록 사고의 암흑은 데이터가 된다. 어느 지점에서 생각이 멈추는지, 어떤 단서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꺾이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다음 단계를 설계할 수 있는 지점이 보인다.


성과 중심의 구조에서 구성원의 사고가 멈추게 되는 지점을 체크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시스템이 커질수록 그 방황과 멈춤은 무시되기 일쑤다. 학교나 학원 같은 거대 조직은 학생의 사고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멈칫하는 지점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설령 인지한다 해도 효율을 위해 그냥 넘어가 버린다.


이러한 시스템일수록 그 멈칫거림과 맴돔, 그리고 방황하는 지점에서 곁을 지키는 동행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성과에 즉각 반영되는 일이 아니기에, 시스템에 고정된 채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내부자가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누구도 멈춰 서서 기다려주지 않는 구조 속에서, 결국 누군가는 시스템 밖의 시선으로 그 정지된 순간들을 포착하고 기록해야만 한다.


이 기록은 반드시 정답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함이 아니다. 설령 목적지에 닿지 못하더라도 사고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는지, 그 멈춤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 자체를 함께 고민하게 하는 동행의 기록이기를 바란다. 사고의 설계가 이 지점에 이르면 문제의 끝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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