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무거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거 Jang Jan 23. 2022

드라마의 마지막회

모든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되고 화해하고 돌아온다.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고

도저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갑자기 변하고

다 끝나서 망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회복한다.


'극적으로'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정말 '극'에서만 쓰이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마지막 회에 극적으로 모든 것이 수습되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드라마의 시간이 1시간밖에 남지 않아서 그 안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마무리해야 한다

다음 시간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세드앤딩은 안된다. 무조건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아님 최소한 열린 결말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세드앤딩을 싫어한다. 내가 이러려고 16부작 16시간 동안 내 소중한 시간을 투입한 거냐고. 벌써 득달같이 항의와 실망과 보이콧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14부와 15부에서 헤어지고 이별하고 거의 망하고 절망적일지라도, 마지막 16회만 잘 수습해서 해피엔딩이 되면,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만약 현실에서도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면

우리는 회복할 수 있을까

저렇게 극적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고 양보하고 받아주고 화해하고 돌이키고 수습하고

그럴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10대, 20대 때에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고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다고 지금의 청춘과 젊음이 아련하고 소중하고 흘러간 것들이 과거의 인연들이 안타깝고 서럽고 그랬었는데,

오히려 30대가 되고 중반이 되고 후반이 되면서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을 생각하지 않는다. 매년 반복되는 시간에 심드렁하고 오히려 갈수록 더 빨리, 20대보다 더 빨리 가속도가 붙고 몸도 예전같지 않고 청춘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아예 시간을 카운트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은 더 관대해진 걸까, 아님 그냥 귀찮은걸까.


현실은 드라마와 달라서 마지막 회 없이 계속 다음 화가 반복된다.

내 스스로라도 마지막 회를 만들어서 쉬어 주고 끝맺음 하고 매듭 짓는 시간은 필요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새로운 자극을 주는 책, 스스로 돌아보는 일기, 나만의 목표와 레슨런 회고, 다시 운동에 도전하고 목표를 정하기,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일, 이런 것들이 매듭이 될 것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었고, 마지막 회는 어떨지 궁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