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점을 봤다. 처음이었다. 점쟁이는 정말 거의 정확하게 내 성격과 과거를 줄줄이 꿰뚫어 보는 듯 말했다. 사주에 그렇게 다 나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는데 “언론 쪽 일을 하느냐? 네 사주에 글과 말이 있다” 고도했다. 나는 더 놀랐다. 점쟁이는 내게 “왜 남의 글만 쓰느냐, 이제 네 글을 써봐라. 공부해서 창작 쪽 일을 해보는 건 어떠냐, 잘 될 거 같다” 고 말했다. “제 글이요? …”.
사무실 앞에 자주 가는 책방이 있다. 아이에게 줄 그림책을 사러 종종 들르곤 한다. 그림책을 사러 가서는 나도 모르게 우리 딸아이 자랑과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럴 때마다 책방 주인은 내게 “그냥 흘려버리지 마시고 육아일기를 써보세요”라고 권한다. “육아일기요? …”
내 글을 써보라, 육아일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생각이 많아졌다. 늘 내 삶을 글로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들의 제안에 나의 글쓰기를 다시 생각했다. 사실 난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육아일기도 제대로 쓰지 않았고, 책을 내겠다는 꿈을 늘 말하면서도 여태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다. 복잡해진 생각들 때문에 다시 들춰본 책들이 바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들이다.
글쓰기 관련 책은 너무나 많다. 오늘은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글쓰기 이야기를 담은 책 <글쓰기의 힘>과 <글쓰기의 최소원칙>을 소개하고 싶다. 이 두 책은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글쓰기 교육의 현실도 담아냈다.
<글쓰기의 힘>은 “우리 시대가 왜 글쓰기를 필요로 하는지, 필요한 글쓰기는 어떤 것이며 글쓰기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살피는 책이 없었기에 글쓰기에 관한 총체적 입문서를 자처한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철학자, 기자, 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쓰기를 하는 이들이 말하는 글쓰기 이야기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글 잘 쓰는 방법을 머리말에도 소개되는데 인용하자면 우선 글을 잘 쓰려면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것, 그다음 비법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점검하는 것이란다. 끊임없는 비판과 수정을 통해 글쓰기가 완성된다는 것이 두 번째 비결이란다.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2007년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의 특별강좌로 마련한 대담과 강의 내용을 엮었다. 도정일, 김훈, 최재천, 이문재, 김영하 등 쟁쟁한 글쓰기 대가들의 글쓰기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글쓰기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글쓰기의 최소원칙 편집위원회는 책 머리말에서 “글쓰기만큼 인간과 인간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문정신을 훌륭하게 발현하는 방법은 달리 없다”라고 밝혔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며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을 펼치는 도정일 문학평론가가 말하는 글쓰기 교육 문제 제기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도정일 문학평론가는 학생들의 입시 논술 교육이 오히려 글쓰기를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도식적인 논술 글쓰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글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묘사나 비교, 대조, 비유 등 다양한 수사학적 장치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특히 문학 작품을 통해 이런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문학작품은 인간을 이해하고 발견할 수 있어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학적 장치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면 세상 사물들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유사성이나 차이를 발견하면서 자신의 발견 능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기쁨을 느끼면 글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도정일 평론가는 글쓰기만이 아니라 글을 실연해볼 것도 권한다.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다 보면 더욱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얘기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글쓰기와 연기만큼은 꼭 가르쳐보자고 예전부터 얘기해왔는데 이 부분을 중요하다고 말하는 평론가의 이야기가 너무나 반가웠다.)
두 책을 끌어와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답을 모르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무조건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내 아이가 엄마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물을 때 “엄마는 글을 쓴단다. 멋지지 않니?”라는 답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