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립> - 줄리와 브라이스의 첫사랑 이야기
영화 <플립>의 줄리와 브라이스처럼 내게는 첫사랑이라고 떠올릴만한 풋풋한 로맨스가 없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이제 나도 나이가 좀 들어서일까. 줄리와 브라이스의 첫사랑 이야기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줄리는 첫눈에 브라이스에게 반했지만 브라이스는 그렇지 않았다. 줄리를 꽤나 부담스러워했다. 영화는 같은 사건을 두고 브라이스와 줄리의 생각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브라이스는 줄리를 싫어했는데 줄리는 브라이스가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면서 둘의 관계는 시작한다.
처음엔 줄리가 브라이스를 좋아했지만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관계가 역전된다. 브라이스가 줄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플립> 영화 속 줄리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특별하다. 아이지만 보통 아이가 아니다. 풍경화를 그리는 아버지는 줄리에게 각각의 부분들이 모여 전체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올라 동네 풍경을 보던 줄리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꺠닫는다. 그리고 그 감동을 브라이스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브라이스는 나무가 잘려나간 순간까지도 줄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브라이스는 줄리 마음을 모른다. 줄리가 부화시켜 키운 닭들이 낳은 달걀도 먹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한다. 그랬던 브라이스가 왜 줄리에게 빠졌을까. 줄리는 삶을 가꿀 줄 아는 아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삶에 찌들어 정원을 가꾸는 것조차 포기하고 살았던 부모를 대신해 12년간 내버려졌던 정원을 가꾸고(물론 브라이스가 정원이 지저분하다고 말했기때문이긴 하지만), 닭알을 부화시켜 키워낸 닭이 낳은 알을 이웃과 나눠 먹을 줄 아는 아이다. 동네에 흔히 있을 법한 나무에도 특별함과 감동을 발견할 수 있는 아이다. (참 사랑스러운 줄리!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딸아이도 저런 모습으로 커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줄 리가 삼촌을 만나러 가겠다고 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가족을 힘들게 하는 삼촌을 원망할 수도 있는데 줄리는 삼촌을 만나길 잘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어려움 속에서도 왜 그렇게 삼촌을 챙겨 왔는지 삼촌을 만나고 이해했기 때문이리라. 브라이스의 할아버지 쳇의 빛나는 조언도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했다. 브라이스에게 따뜻이 어깨동무를 해주는 할아버지, 줄리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줄리도 브라이스도 힘이 났을 것이다.
잘라진 나무를 보며 상심해하는 줄리를 위해 아버지가 플라타너스 나무를 그려줬듯이 줄리를 이해하게 된 브라이스는 줄리를 위해 마당에 플라타너스를 심는다. 그 어린 친구들이 말해주는 듯했다. 사랑이란 누군가의 마음에 나무 하나를 심는 거라는 걸, 그리고 그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함께 가꿔나가는 것이란 걸 말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10년에 만들어졌는데 개봉을 못했다가 최근 다시 개봉했고, 관객들 입소문에 힘입어 사랑받고 있단다. 정말 사랑스럽고, 따뜻했다.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