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저널리즘>
지난 19일, 청주에서 ‘돌마고(돌아와요 마봉춘(MBC), 고봉순(KBS)) 파티’가 열렸다. 평소 성안길 입구에서 하던 돌마고 파티를 KBS청주총국 앞마당에서 화려하게(?) 했다. KBS 앞마당에 설치된 무대와 조명을 쓰면 비용을 좀 줄일 수 있다는 제안에 KBS에서 돌마고 파티를 하자고 결정했지만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준비한 자리 400석이 가득 차진 않았지만 자리를 메워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돌마고 파티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무대에서 서서 제대로 일하고 싶다고 외치는 언론노동자들, 열심히 춤과 노래를, 그리고 디제잉을 선보인 그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전한 지역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찼다. 프로그램도 알찼지만 장소가 주는 상징성이 꽤나 컸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날 밤 우리는 방송사 앞마당에서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다 함께 외쳤다. KBS에 크게 내걸린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말이 말로만이 아니라 실현되는 날이 이제 곧 머지않았다는 희망도 다시금 품었다.
<시사인>이 창간 10년을 기념해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JTBC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역시 JTBC 손석희 사장이었다. <시사인>은 “JTBC가 손석희 앵커를 영입했고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상승세를 탔고, JTBC가 신뢰받는 매체로 1위에 오르는 동안 KBS와 MBC는 불신의 아이콘이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대표하던 진보언론이라는 타이틀도 이제 JTBC가 차지했다고 밝혔다. KBS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면 좀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일까. 지난달 책 읽기에서 소개한 책 <손석희 저널리즘>에서도 말했듯이 손석희는 기존 언론과 달랐다. 출입처 중심에 백화점식 나열 보도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로, 저널리즘의 본령에 더 충실했기에 신뢰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뉴욕타임스 2020 그룹 보고서를 옮긴 책 <독보적인 저널리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가 내놓는 혁신 방안이 담긴 보고서는 전 세계 미디어 업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2020 그룹 보고서에도 오로지 혁신해야 한다는 절절한 구호가 담겨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바로 ‘독자’에 있다. 뉴욕타임스의 목표는 독자들에게 필수적이고 영향력인 언론사로 거듭나는 것이란다. 뉴욕타임스는 내실 있는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기꺼이 유료로 콘텐츠를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안정적인 사업방식이며 독자들이 거는 기대와 칭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 세계 150만 유료 구독자를 가진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언론사로 거듭나기 위해 “보도의 혁신, 구성원의 혁신, 업무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독자들의 생활패턴과 부합하는 일상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재미와 정보 전달을 넘어서 활용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다. 독자들이 돈을 내고서라도 꼭 찾아서 보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기업은 아무리 미디어 환경이 변한 다한다 해도 망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에 KBS와 MBC 뉴스는 굳이 찾아서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콘텐츠들로 수두룩하다. 늘 기계적 중립에 객관성만 내세우며 출입처 중심에 벗어나지 못하는 뉴스들 아니었나. 정말 시청자를 위하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 시청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뉴스를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과연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 뉴스 좀 제대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하면 늘 인력이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을 먼저 내놓은 경우가 많다.
언론노조 KBS와 MBC 본부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시작한 파업이 오늘로(23일) 50일째다. 이번엔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 아니 이겨야 한다. 그래서 달라진 방송을 보고 싶다. 주인 대접 좀 제대로 받고 싶다. 내가 언론노조 파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