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글쓰기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집 근처 도서관엘 갔다. 요즘 글쓰기가 붐이라더니 … 이전보다 글쓰기 책이 참 많았다. 이런 현상이 반영된 것일까. 책들을 살펴보다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냥 문법에 관한 책이려니 했는데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짧은 소설 한 편을 읽는 기분이랄까. 참 좋았다.
나는 이제야 김정선 작가를 알게 됐는데 작가는 그 사이에 꽤 유명해진 모양이다. 신문에도 인터뷰가 실렸다. 조연에서 주연이 된 이들을 소개하는 기사에 김정선 작가가 등장했다. 20여 년 넘게 교정교열을 하던 작가가 책을 썼는데 꽤 많이 팔렸다고 한다.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니 그를 발견하는 일이 잦아졌다. 옥천엘 갔다가 들른 카페에서 작가가 쓴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라는 책을 만났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이 책도 독특한 형식이다. 셰익스피어를 읽고 쓴 리뷰 소설이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사고 열심히 읽었는데 작가의 강연 소식을 접했다. 옥천에서 열리는 독립출판학교에 김정선 작가의 강연이 잡혔다.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고 강연을 신청할 계획이었는데 김정선 작가 강연도 들을 수 있다니 내심 반가웠다.
지난달 19일, 드디어 김정선 작가를 만났다. 한 달 내내 그의 책을 끼고 살아 그런지 책 속 주인공을 실제 만난 듯했다. 그는 그리 우울해 보이지 않았다. 강연도 쑥스러워하지 않는 눈치다. 김정선 작가는 요즘 책 읽는 인구는 줄었다지만 유사 이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고 읽는 시대가 아니냐며 왜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쓰려고 하는지 생각해보자며 강연을 시작했다. 문장을 다듬는 방법을 중심으로 강연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작가는 한글의 특성부터 글쓰기에 대한 고민까지 풀어놓으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김정선 작가는 강연에서도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 나오는 대로 문장을 쓰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쓰는 거라고, 그 외에 다른 원칙은 없다고 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쓴다.” 당연한 원칙인데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다. 김정선 작가는 맞춤법이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규칙일 뿐이라며 말, 맞춤법에 얽매일 필요 없이 어색하지 않은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써서는 안 되는 낱말이나 표현 같은 것 없다며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엉뚱한 자리에 끼어들지 않게 하면 된다고.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운 일 아니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낱말이나 표현으로 만들어진 문장 말이다.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만큼 중요한 건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쓰는 거라는 조언도 새삼 되새긴다. 작가는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온전하게 펼쳐지는 글을 쓰려면 “내가 쓰는 문장의 주인에게 적당한 거처를 마련해주고 성격도 부여해주고 할 일도 만들어 주어야한 한다”며 문장을 사랑하는(?) 면모를 드러낸다.
김정선 작가 말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온전히 펼쳐지도록 다듬어야 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합하는 배치로 써야” 정확한 문장을 쓰고 그래야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 제대로 놀랄 수 있으리라.
글쓰기를 늘 고민하면서도 내 문장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 문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편견을 가진 것도 아닌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컸나 보다. 내 문장은 괜찮은 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이도 읽는 이도 자연스러운 문장을 나는 쓰고 있는지 여러 번 곱씹으며 읽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