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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희씨 Jun 23. 2017

“질문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

누구는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이제야 뉴스 볼 맛이 난다고 하고, 누구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잠잠해지니 뉴스 보는 재미가 시들해졌다고 한다. 재미가 있거나 없거나 우리는 뉴스에서 벗어나기 힘든 ‘뉴스의 시대’를 여전히 살아간다. 그런데 이 뉴스의 형편이 썩 좋지만은 않다. ‘기레기’라는 충격적인 말이 등장할 만큼 우리 언론 환경이 너무나 망가졌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이전 정권의 나팔수 노릇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종편은 하루 종일 막말을 쏟아내느라 바쁘고, 조중동도 달라지지 않았고, 이른바 한경오라 불리는 진보 성향 매체들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혼쭐이 나 사과하느라 바쁘다. 게다가 가짜뉴스도 판치고, 클릭수만 노리는 언론들의 장사치 짓도 날이 갈수록 더 할뿐이다. 그렇다고 실망만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언론에 희망을 걸어보자고 말하는 책이 <나쁜 뉴스의 나라>를 소개한다.

       

<나쁜 뉴스의 나라>를 쓴 조윤호는 언론을 취재하는 언론인이다. 미디어비평지인 미디어오늘 취재기자인 저자는 기자와 대중사이에서 대중의 눈높이에서 기자와 언론을 비판한다. 저자는 왜 사람들이 언론을 믿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취재하면서 찾은 답을 그가 찾은 답을 담고자 그 답을 <나쁜뉴스의 나라>에 담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우리 저널리즘의 관행과 방침, 시스템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언론의 시스템을 세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예시와 분석들이 넘쳐난다.

      

무엇이 좋은 뉴스인지, 무엇이 나쁜 뉴스인지 저자가 제시하는 단계별 뉴스 이해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초급편은 뉴스 자체를 읽는 법이다. 미디어는 뉴스를 만들어내면서 현실을 재구성하는데 이때 미디어의 의제설정과 프레이밍이 작용한다. 프레임은 언론과 미디어가 강조하고 싶은 의제나 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해 이들을 재구성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뉴스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틀이다. 어떤 틀이냐에 따라 같은 재료인데도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 프레임은 막강하다. 그러니 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보도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보도하지 않는 것 자체가 미디어의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언론은 묵시적 권력을 가진 대표적 집단으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언제든 의사를 표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지상파 뉴스가 보도하지 않았던 수많은 주요 의제들만 떠올려 봐도 언론이 얼마나 침묵했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 청문회도 예로 들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중요했던 청문회를 생중계한 언론사가 없었으며, 오히려 청문회에서 벌어진 자해 사건만이 언론에 보도됐던 현실, 집회현장에 수많은 카메라는 충돌 같은 언론이 원하는 그림이 될 만한 일이 있을지 몰라서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지적한다. 

     

중급편은 콘텍스트 읽기다. 텍스트 즉 뉴스 자체를 읽어냈다면 이제 왜 그런 뉴스가 나온 것인지, 그 뉴스에는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인지 콘텍스트 즉 맥락을 읽어내야한다. 저자는 이장에서 언론의 물타기 수법도 가르쳐준다. 물타기 수법 첫 번째는 문제제기한 사람을 나쁜 놈으로 만드는 방법, 두 번째는 문제 제기 원인을 사적인 이익 추구로 축소하는 방법, 세 번째는 모든 것을 정쟁으로 만들어 정치혐오에 기대는 방법이다.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욕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잊게 만드는 대표적 방법이다. 마지막은 두 개의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갈라치기 방법이다. 저자는 사안의 본질을 알려야 할 미디어가 대중에게 퍼져있는 편견에 기대어 오히려 편견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런 언론에 속지 않으려면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문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급편은 언론산업 읽기다. 언론산업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SBS8시 뉴스에서 앵커가 메르스 사태 지원지가 된 삼성서울 병원을 비판했는데 앵커의 멘트가 수정돼 재편집됐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 쪽에 불리한 기사 제목이 수정되거나 기사 자체가 삭제되는 일이 많았다고 삼성 사례들을 소개했다. 삼성만이 아니다. 삼성을 비판했다가 삼성 광고가 끊기면 신문사 운영이 힘들 정도라는 얘기도 많지 않았나. 저자는 또 기사형 광고가 넘쳐나는 현실과 정부부처들이 언론사에 돈을 뿌려 제작하는 기사들을 가려내는 법도 소개한다.     

 

저자는 책 끝말에서 “기자들을 괴롭히는 것이 정치, 자본, 회사의 외압이 아니라 뉴스에 대해 따져 묻는 독자들의 외압이라면 아무리 시달려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왜 보도하지않느냐, 더 비판해야 하지 않느냐, 다른 관점은 왜 제시하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독자들이 많아진다면 정말 우리 언론 환경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분석적인 뉴스 읽기를 배울 수 있는 <나쁜 뉴스의 나라>는 뉴스소비자에게 좋은 무기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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