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 한 2년
엊그제 아기는 밤새 잠투정을 했다. 새벽녘에 깨어 잠들다가 깨다를 반복했다. 딱히 어디가 아파서 그런 것 같지는 않는데 도통 잠을 못 이루니 걱정과 짜증이 밀려왔다. 결국엔 새벽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온 집안에 불을 환히 켜고 아침을 시작했다. 비교적 잘 자는 편인 아가도 가끔씩 이렇게 심한 잠투정을 한다. 잠만 잘 자 주어도 육아의 고통(?)은 수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운 지난 시간이 벌써 2년이다.
지난 7월1일 아이가 두 돌을 맞았다. 이제 25개월도 훌쩍 지나고 있다. 어느새 이만큼 컸다. 매일같이 “미안해”를 말하던 초보 엄마인 내가 이제 두 돌 아가 엄마가 됐다. 아기와 함께 한 하루하루가 모여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다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아기와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 시간들을 일일이 기록하지 못했다. (성실하게 육아일기를 쓰는 부모들 정말 존경스럽다) 아이가 배밀이를 언제 했는지, 뒤집기를 얼마 만에 했는지, 언제부터 혼자 힘으로 일어서고 걸었는지, 매일 같이 싸던 똥을 안 쌌던 날은 언제였는지, 이유식은 어떻게 먹었는지 등등을 일일이 기록하질 못했다. 기록은 못했지만 지난 2년 동안 내 몸과 마음을 온통 지배한 것은 바로 아가였다. 아기에게 온통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던 시간들이다. 한고비를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나타나듯 뭐하나 쉬운 것 없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그런 시간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내 생애 가장 많이 웃었으며 사랑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참을성이 없으며, 감정 기복이 심하며, 체력이 엉망인지도 알게 한 시간이다. 힘들게 얻은 귀한 아가, 더 없이 소중한 아가에게 나는 짜증도 내고 버럭 소리도 지른다. 조금만 더 참아주면 될 일을 참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부디 아기가 나의 버럭과 짜증을 기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는 소리 지르지 말아야지 했다가도 잠투정을 심하게 부리는 끝에는 이제 그만 좀 자자고 큰 소리를 내는 내가 있다.
아기가 쑥쑥 자라는 동안 나도 조금 자랐다. 내가 얼마나 모자란 인간인지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싶다. 나는 엄마이기 전에 ‘나’ 이니까. 이제는 아기에게 너무 미안해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이 보기엔 부족할지 몰라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내 딴에는 애쓰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 아이가 엄마, 아빠 외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 진짜~”이다. 엄마가 제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을 때도 진짜 좋을 때도 ‘아 진짜 좋아’를 연발한다. 아직 미워, 싫어 이런 말을 모르기 때문이리라. 아가야 네가 좋다니 나도 참 좋다.
아가야 앞으로 우리에게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얼마나 행복한 시간들일까.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너에게 나는 멋진 엄마 아니 멋진 여성이고 싶다.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너다. 나는 무지 게으르고 지저분한 사람이었지만 너와 함께 하면서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늘 쓸고 닦는 사람이 됐단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우리 아가 고맙다. 우리 앞으로도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