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재였던 서은우 Jun 16. 2024

내가 겪었던 데이트 폭력 1

리벤지 포르노

불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기서는 나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예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사랑이 무엇이냐 할 때,

‘그 사람이 아플 때 내가 대신 아파주지 못해서 괴로운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게 해 준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 같이 시간을 보내며 행복했었던 일도 고마운 것들도 참 많았다. 존재 자체로도 나에게 행복이 돼 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서도 폭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SNS로 우리의 나쁜 비밀을 폭로함으로써 본인의 삶을 망가뜨렸다며,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들도 다시는 고개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문자를 보내왔다.


다음에는 사진을 보내왔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가늠이 안되나 보네.‘라는 말과 함께. 지극히 사적인 사진을, 분명 지웠다고 했던 사진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일부러 무섭지 않은 척 대답했다.

‘나한테 보내봤자야.‘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그럼 다른 데 보낸다.‘라는 답장이 왔다.

무서웠다. 우선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조건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알던 이 사람은 이럴 행동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와 가까웠던 지인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고, 악플이 기폭제가 되어 힘들고 아팠을 마지막 선택을 했고, 그 사람은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곡도 썼었다.

그녀를 직접 알지 못했던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파했던 일이다.

그러니 그녀의 친구였던 이 사람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술기운이겠지. 기억이 없는 상태로 한 말이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하는 마음만 밤새 부여잡고 있다가 가족에게는 차마 말할 용기조차 없어서 당시 연락이 닿던, 내가 많이 믿고 있던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놓았다.

아주 만약에라도 나에게 어떤 사고가 난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걸 알려달라고. 그 큰 짐을 떠안게 한 것이 지금도 참 미안하다.


밤이 지나고 다음날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없길래 간밤에 네가 한 말이 기억나냐고 했다.

‘다 기억나. 어쩌라고.‘라는 답이 왔다.

서로 상처를 주기도 했고 받기도 했지만,

그때만큼은 참 많이 힘들었다.


마약 문제를 폭로한 주체와 방식은 나와 내 SNS였기 때문에 그가 나를 원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문자 내용으로 민형사상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써줬다. 그러면 나를 조금은 덜 원망하지 않을까 싶어서.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끝이 없다.

원망은 독이다.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나를 향한 원망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남을 향한 원망도 결국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마음속에 있는 타인에 대한 원망도 나에 대한 원망도 천천히 덜어 내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상대도 그러길 바란다.



용기내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도 명백한 폭력 행위이다.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데이트폭력을 겪는다면, 도움을 청하세요.

112 또는 여성긴급전화 1355


작가의 이전글 저는 마약사범입니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