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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다'라고 적고, '쓸쓸하다'라고 읽다

윤씨부인과 그의 아들 최치수를 보면서

by 날개 달 천사


아침에 일어나 쓸어낼 마당은 제겐 없지만, 마음이란 마당을 고요하게 정돈하며 시작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고 평온하기를 말이지요.

덧붙여 나의 수호신이 슬픔보다는 웃음을, 아픔보다는 즐거움을 한 스푼 덤으로 얹어 주시면 인센티브 충만한 하루가 될 듯도 하네요.


살아낼 오늘이 무대 밖 관객의 눈엔 때론 지루하거나 단조로워서 그저 그런 모노드라마일 때도 있어요. 담백하다 못해 싱거운 맹물 같은 날도 허다하지요. 그래도 평온하게 호흡을 고르며 숨을 쉴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합니다. 비록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지만 ‘감옥’이거나 ‘지옥’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최치수는 쾌쾌하고 습한 기억과 아픔으로 어둡고 고독한 감옥에 매일 자신을 가둡니다. 그의 어미 윤 씨도 스스로 결박한 채 생지옥 같은 날을 살아 낼 수밖에 없지요. 감옥과 지옥에선 감사는커녕 감정도 사치더군요. 증오, 분노, 보복도 마치 처음부터 나와 하나인 듯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 모자(母子)에게 죄의식과 수치심은 털어내고 쓸어내도 다음날이면 다시 내려앉는 무거운 먼지 같아서 숨 쉬는 동안은 그 무게에 짓눌린 채 살 수밖에 없네요.



이 두 사람, 숨을 쉬어도 숨 쉰다 할 수 있을까요.

치수와 윤 씨 부인의 삶은 강 포수가 들려준 ‘햇볕 바르게 못 사는 화전민의 삶’과 하나 다르지 않네요. 능소화가 흐드러진 담벼락도 모자(母子)에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고 그럴싸한 마당은 볕 한 줄기 들지 않는 첩첩산중 화전민의 집터만 못하니까요.




감옥과 지옥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하루.

인정(人情)조차 바스러져 버리는 쓸쓸한 그곳.


쓸쓸한 두 사람의 마음을 쓸어주고 다독여 품어주고 싶은 밤입니다.

부디 내일만은 찰나의 한숨이라도 쉬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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