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가 묻다 : 사람답게 산다는 것

15권 후기(제5편 4장 노파가 된 임이 ~7장 떠나는 마차)

by 날개 달 천사
산다는 것, 그거 대단한 거야? 대단한 것도 아니지 않아.

부평초 같은 삶 사는 일본 여인 세쓰코는 오가타에게 '삶'에 대해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기적으로 사는 게 훨씬 인간적이며 정직한 거 아닐까? 인생에 뭐 그리 거창한 의미가 필요해? 정직하다 보면 인간의 치부 같은 것 뭐 그리, 대단하게 죄악이라 할 수도 없잖아."


정직한 게 뭘까.

이기적인 삶은 어떤 걸까.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 걸까.


오가타와 세쓰코의 대화에서 멈추며 많은 꼬리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불안한 시대, 누구도 평온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불안하니 내가 따라 흔들리는 걸까요,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해서 세상이 불안정하게 보이는 걸까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참 중요하겠다, 란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동경을 밤낮으로 헤매던 유인실이 그곳을 떠나온 지 8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삶의 목적'을 찾으려 송장환을 무턱대고 찾아갑니다. 과녁이 분명히 보이진 않아도, 어떤 방향으로 활시위를 당겨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행동하는 유인실은 언제나 대단합니다. 나와 정반대 성향인 저돌적인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행동 끝에는 늘 어떤 결과라도 나옵니다. 후회든 만족이든, 실패든 성공이든.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자유롭게'라는 방패 아래 여기저기 떠도는 오타와 달리,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유인실의 다음이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15권입니다.




15권 마지막 주차 분량에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이 언급됩니다.

그중 남경학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의 잔혹성과 야만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일본인만 그런 야만적 기질을 가졌다 할 수 있을까.

전쟁이란 것이 잠든 인간의 잔인함을 깨우는 걸까.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잔혹해질까.

인간다움이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처음의 '삶'에 대해 짚어보게 됩니다.


정직한 삶이란 어떤 걸까.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을 말하는 걸까.


오가타가 무순(撫順)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을 반추하게 되는 상황과 맞물리게 되네요.

이기적으로 산다는 건 정직한 것이고, 그걸 인정하는 것도 정직한 것이지요.

또한 나의 이기적 행복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정직한 삶이고요.

하지만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합니다. 오가타도 우리도요.




행동하는 유인실과 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어찌할 바 몰라 쩔쩔매는 우리.

그래서 적당히 현실에 눈을 감고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2026년이 시작되었고, <토지>도 16권이 시작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토지>, 마지막까지 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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