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시는 어려워 (3)

니네 뭐했냐

by 김수환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솔직히 열심히 안한 것도 맞다.

그리고 핑계를 대자면, 너무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는 (스포츠를 할 때 주로 하는 말인데) 못하면 열심히라도 뛰라는 것이다.


근데 나는. 어쩌면 우리는. 못하면서도 열심히 안했다.




1-2주차에서 주제 선정 및 발표는 어찌저찌. 그럴싸하게 하고 난 이후, 우리는 줄곧 내리막길만 걸었다.


11월에 예정된 졸업 전시를 위해, 4학년 미대생들의 1/2학기는 대략 다음과 같이 계획되어 있었다.


1학기 : UX 리서치 + 연구 + 기획 + 프로토타이핑

2학기 : 디벨롭 + 시각화 + 마무리 + 전시 준비


그러나 8주간의 1학기 동안, 우리는 도저히 갈피를 못 잡았다.


리서치/인터뷰/페르소나/플로우/시나리오/기능설계 등등

'뭘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입만 살았다. 제대로 한 게 없었다.


겉핥기 식으로 태스크를 진행했다. 주제와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는 시간이 지나도 늘 제자리였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타겟 유저 인터뷰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뻔한 답정너 질문을 했고, 정신 건강 관련 리서치는 누구나 3분만 투자하면 알 수 있는 정보들을 검색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둘 다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MR/XR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툴 공부를 게을리 했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는 우선 많이 안일했다. 전시가 예정된 11월은 한참 먼 미래처럼 느껴졌고, 이번에 좀 아쉬웠으면 다음 번에 더 잘 해보지라는 게으름으로 매 주 시간을 흘려보냈다.


부차적인 이유들도 있었다.


팀원 J는, 본인도 인정한 사실이지만 디자이너와는 거리가 멀다. 기획과 실행에 오히려 강점이 있는 친구라, 사실 프론트맨에 가까운 포지션이다. 그런 J에게 MR/XR에 대한 UX 디자인은 다소 난감한 주제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 일에 바빴다. 그리고 이걸 핑계로 삼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멍청한 핑계다. 둘 다 잘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단지 덜 자고 더 열심히 했을 뿐이다.


아무튼, 헛짓들과 게으름으로 1학기를, 그리고 여름방학까지도 우리는 무의미하게 날려버렸다.


교수님께서는 우리를 심각하게 걱정하셨다.


9월, 2학기가 시작되었고, 잦아드는 더위와 서늘한 아침 바람이 우리에게 졸전을 상기시켰다.


졸업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이전화

https://brunch.co.kr/@suhwan1027/10




*팁


졸전을 준비하는 미대생들은 우리처럼 하지말되 이것만큼은 기억하시길. 이 세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


- 툴을 진짜 잘 다뤄야 한다. 단순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어디가서 과외할 정도로.

- 졸전은 결국에 디테일 싸움이다. 단 1%라도 멋있어 질 수 있다면, 기꺼이 밤을 새시길.

- 주제와 도메인에 대해서는 교수님보다, 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킵 공부-


+ 웬만하면 졸전하는 연도에는 회사를 다니지 마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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