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라이어티삶 Jun 19. 2022

블라인드에 호되게 데고 안티가 되었는데 요샌 어때요?

저는 여전히 블라인드 안티...

저는 블라인드를 쓰지 않습니다. 

아, 원래는 썼다가 한번 데고 난 뒤로 지워버리고 관심을 꺼버렸다

가 맞는 말이겠네요. 그래서 아마 아래 글 내용은 블라이드에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시작했죠. 아예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을 만큼, 철저한 신원보장을 자랑으로 하고 있고, 갑을 관계에서 영원한 '을'인 직장인들은 그들의 애환을 익명게시판에 올리면서 서로 공감하고 위안을 얻고, 어떤 경우에는 '정의구현'까지 되기도 합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도 그런 케이스였죠.


저도 처음에는 블라인드에 가입해서 이런저런 글들을 읽고, '따봉' 누르면서 공감도 하고 했었습니다. 누군가를 흉보는 글을 읽으면, 아~ 내가 하는 그분이겠구나... 하는 짐작을 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다음 날 커피 한잔 하는 시간에 서로 읽고 온 블라인드 글을 안주삼아 숨을 돌리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흉 보이는 대상이 '나'가 되는 날이 왔었습니다. 퇴근길인가 그랬는데, 회사 동료분이, 이거 제 이야기 아니냐고 톡을 보내왔습니다. 별생각 없이 들어간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에 제가 책을 출간한 것을 갖고 말이 올라왔더라고요. 상당한 비아냥이었습니다. 

이런 책도 있더군요

심장이 쿵쾅거리더라고요. 분명 회사에서 마주치면 다 웃으며 인사하고, 서로 잘 부탁한다고 미소 날리는 그런 사람들이었는데, 뒤에서는 이런 글을 쓰다니. 화는 나지 않았습니다만, 회사에 사람들의 꼴을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처음 경험해 보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번 풀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글에 댓글로 제 신원을 밝히고, 제가 일을 잘 못하고 있는 게 있다면 와서 말씀 주시라고, 잘 들어보겠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댓글은 다시 익명 뒤에 숨어서 비아냥...


그러고 저는 블라인드 본사에도 물어보고, 그 글을 쓴 사람 때문에, 그리고 블라인드의 이런 서비스 때문에 나는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글을 지워주든, 그 글을 쓴 사람을 특정해주든 해 달라고 요청도 하고 발버둥을 쳤었어요. 


블라인드에서는 자기들은 규정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만 했었습니다. 결국 다른 동료분들의 도움을 받아 글 숨기기를 하는 게 저의 최선이었네요. 그 후 얼마 가지 않은 시간에, 직원들 앞에서 트레이닝+ 플랜 발표 시간이 있었는데, 저를 바라보는 눈 중에 그 글을 올린 사람의 눈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난 후 4~5년을 쓰지 않았죠. 블라인드. 또 제 유튜브 영상에서도 블라인드에 관련된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저는 쓰지 않는다. 그리고 사용을 추천하지도 않는다고 생각을 남겼고, 많은 분들이 찬성, 반대를 해 주셨습니다. 

 


회사에서 '을'인 우리 직장인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을'이 될 수 있는 약자들에게 블라인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숨구멍을 겨우 트는 그런 행동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finger pointing을 당하는 당사자가, 그것도 억울하게(제 생각에) 그렇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는 고통스러워집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익명 게시판을 활용한 서비스와 사업모델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곳에서 글만 남겨서는 바뀔 수 있는 게 극히 제한적입니다. 




제 영상 댓글에 종종 달리는 말씀이, 요새는 좀 달라졌다 + 여기 아니면 어디서 우리 같은 직장인이 불만이라도 털어놓겠냐... 이런 내용이어서 오래간만에 다시 앱을 설치하고 들어가 봤습니다. 


못 본 사이에 앱에는 BM이 적용되어 리크루팅, 커머스, 교육 등의 서비스들이 가동되어 있더군요. 필요한 분들에게 적절하게 서비스가 잘 제공이 되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익명게시판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여전히 올라온 글들의 70~80%는 회사와 특정인을 비난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대책 없는 불만과 또 불만. 몇 개의 글을 눌러보다가 그냥 다시 앱을 지워버렸습니다. 


제가 그때, 제 이야기가 블라인드에 올라왔을 때, 블라인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았다면, 관심이 없었다면, 아예 그 내용을 몰랐다면 괜찮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봤잖아요? 욕을 먹어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으면 괜찮았을 거 같네요.


이제는 안 보는 게 낫겠더라고요. 서비스가 개선되고 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BM이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아직 그런 곳을 견딜 만큼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바로 지웠습니다. 


물론 블라인드에 남겨진 글로, 회사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게 순기능이겠죠. 하지만, 아직 많은 사용자들이 역기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블라인드의 BM이, 그런 회사나 특정인에 대해 불만을 갖고 쓰여있는 글의 바로 하단에 '이직'을 권하는 광고를 띄우고 있다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지운 지 5년 만에 다시 깔아봤으니, 앞으로 5년 후에 다시 깔아보려고요.


노자 형님의 말씀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터 트롯 신인선이 보여준 프레이밍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