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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Mar 08. 2020

미스터 트롯 신인선이 보여준 프레이밍의 힘

'창 밖의 여자'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마곡이었다니...

40년 전.

'창 밖의 여자'는 가왕 조용필의 1집(1980년) 수록곡이다. 이 노래를 2020년 TV에서 보게 되니 '뭐지?' 하는 생각을 했다. 경쟁자들의 무대는 흥이 스크린 밖으로 뚫고 나올 정도였고, 40년 전의 노래를 선곡한 '신인선'이 소개될 때, 한 번 더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가사라고 해 봤자 세 단락 정도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두 단락은 같은 가사...


무대가 시작될 때, 갑자기 무대 밖으로 겅중겅중 나가는 그, 갑자기 거친 숨을 몰아쉰다. 무슨 짓을 하려고 하나 싶었는데,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무대 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뮤지컬처럼 이야기를 읊조리는 그는 먼저 목숨을 끊어버린 '줄리엣'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었다.


이런...

이 순간부터 노래는 40년 전, 가왕 조용필의 데뷔곡에서 지금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극적인 부분, 줄리엣의 주검을 발견하고 절규하는 로미오의 테마가 되어있었다.

창 밖의 '그 여자'는 줄리엣이었다


이런 도입부가 없었다면, 그저 노래 잘하는 가수가 가창력을 뽐내는 곡이 될 뻔했다.

이 덕분에 '그대의 흰 손'은 '줄리엣'의 흰 손, '내 곁에 머무르는 그대'는 로미오를 사랑하는 줄리엣의 혼이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모습이 되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를 그야말로 연인을 잃어버린 로미오의 '절규'로 만들어버렸다.


가수 신인선이 처음 설정해 놓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그 프레임 안에서 그의 곡은 5분간의 뮤지컬이었고, 그의 노래는 로미오의 테마가 되었다.


회사에서

회사는 고객에게 매 순간 메시지를 던진다. 그 메시지가 먹히면 '매출 sales'이 되고, 먹히지 않으면 '비용 cost'가 되어버린다.

고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준비한 말만 딱 전달하는 사람이 있고, 특정 상황으로 프레임을 우선 설정하고 그 안에 듣는 사람을 가두어 놓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 있고, 가진 것을 어떤 틀에 넣어서 전달할까? 어떤 상황에서 이 메시지를 던져야 저 사람이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일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가진 것을 조물조물 다르게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고, 손에 쥔 것을 쓸모없는 것들이라며 다른 것을 달라 투정 부리는 사람도 있다.

각각의 사람이 던지는 서로 다른 메시지가 각각 갖는 힘의 차이가 있음은 당연하다.


미스터 트롯 신인선의 무대에서도 보듯, 프레임을 어떻게 짜는가에 따라 청자는 같은 말을 들어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40년 전의 오래된 곡을 듣는지, 뮤지컬을 관람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지.


프레이밍에 대한 고민을 하면 할수록 본인이 쓸 수 있는 틀, 프레임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

무기는 많을수록 좋다.

당연히.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가에 따라 같은 세상이 다 다르게 보인다. 같은 메시지도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창 밖의 여자 (1980')
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흰 손
돌아서 눈 감으면 강물이어라
한 줄기 바람 되어 거리에 서면
그대는 가로등 되어 내 곁에 머무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미스터 트롯, 신인선의 그 무대]

https://youtu.be/asulCubwg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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