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정말 잘 버틴 것...
왜 동물병원 안 하고 힘들게 회사 다니려 해요?
10년째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지금까지도 늘 듣는 말이다. 실제로 같이 졸업한 동기들은 동물병원장으로 번듯하게 잘 살고 있다.
2009년 수의대 졸업과 동시에 영국계 제약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를 했다. 과 선배들은 모두 동물병원을 개원하거나, 축협 혹은 마사회 같은 공기업, 혹은 수의직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했었다. 졸업 동기들 중에 몇은 당시 붐이었던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을 준비해서 다시 의사, 치과의사의 길을 시작하기도 했다.
제대 후 삶에 대한 고민을 매일 같이 하던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주변 지역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혹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내가 하는 일이 영향을 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막상 시작한 회사 생활은 이런 목적의식으로만 헤쳐 나가기에 정말 힘들었다. 제약회사이기 때문에 수의학으로 의학 공부가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처음에 자료들을 익힐 때, 그때 잠깐 뿐이었다. 경영학과를 졸업했거나 공모전 경험이 있는 똑똑한 동기들은 고객 발표용 자료 내용을 달달 외워서 멋진 발표 스킬로 영업을 했다. 마케팅으로 부서를 옮긴 후에는 더 어려워졌다. 경영학적인 지식이 없는 나는 전략 슬라이드 하나 만드는 것이 접대 자리에서 고객들과 폭탄주를 말아먹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이 책은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10년간 버티면서 이런저런 성과를 냈던 경험과 보다 나은 경험을 갖기 위해서 궁리했던 시간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직장생활은 단순히 목적의식 혹은 원대한 비전만으로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도 혹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위 일 잘하는 사람, 잘 나가는 사람, 주목받고 칭찬받고, 존중받는 사람들에게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보다 쉽고 게다가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사들, 선배들, 그리고 많은 책들과 강의들을 듣고 익히면서 업무가 조금 수월해지고 숨을 돌릴 시간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처음 생각했던 이 길을 선택한 목적의식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목적의식이 바로 서자 목표들을 잡을 수 있었다.
목표는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지향하는 실제적 대상으로 삼음. 또는 그 대상’을 의미한다. 목적은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이다. 즉, 목적이 있어야 목표를 세울 수 있고,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목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목적의식을 또렷하게 세우고 회사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더니 그때마다 맡았던 일들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눈에 띄는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 24시간을 쪼개서 활용하는 방법으로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해서 건강한 몸으로 다시 생활하게 되었다. 관심 분야의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자기 계발의 과정들을 책으로 엮기도 하고 관련해서 강의도 하고 있다.
크게 여섯 꼭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필요한 부분을 펼쳐놓고 손 가는 대로, 눈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편할 대로 읽으면 된다. 다만, 어디를 펼칠지 간단하게 안내하고자 한다.
첫 장에서는 직장생활의 의미에 대해 썼다. 나는 회사에 고용되어 일을 하는 직원이지만, 회사는 나를 고용한 법인이다. 이를 테면 고용주이다.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야만 편협한 사고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직장인들은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고용주의 마음을 느껴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느껴봐야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살펴본다. 시간관리, 체력관리, 건강관리, 독서 관리, 주말 관리, 그리고 스마트 관리. 이런 여러 요소들이 어떤 것들이며,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발전되고 개선되면 내 업무, 내 회사생활에 얼마나 나아지는지를 알아야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업무성과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일을 해 오면서, 이들이 직원들을 평가하는 방식은 어떤지, 이 평가기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1년을 보내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또, 성과를 내는데 필수적인 프로젝트 미팅, 아이디어 내는 법, 실행에 옮기는 법, 그리고 이런 업무들을 보고서로 정리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법을 살펴본다.
뼈를 묻을 것 같은 기세로 입사하지만, 지금은 정년을 꿈꾸는 것이 이미 불가능한 시대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기 계발에 소홀하면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사회로 나가게 된다. 4장에서는 자기 계발의 기본 중에 기본인 운동, 독서, 글쓰기 등에 대해서 소개한다.
5장은 회복력에 대해서이다. 매일매일 거의 같은 일이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서는 한번 번아웃이 되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참고 견디면서 생활하는 것은 회사생활이 하루에, 그리고 일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아서 힘들다. 그때그때 힘든 일을 풀어주고, 극복하며 생활하는 것이 회복력이다.
6장은 퇴사한 뒤의 생활에 대한 것이다. 나도 아직 회사 생활이 길게는 10년이 넘게 남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누구의 앞날도 알 수 없다. 게다가 많은 선배들은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절박함을 안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절박함을 갖게 해 주는 미래 시점, 퇴사 후의 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줄 개인 브랜딩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커피나 맥주 한잔 할 때마다 하소연하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10년 차 직장 선배에게 응원받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쓰게 되었다. 지금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려는 혹은 막 시작한 친구들에게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팁들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