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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신입사원들은 지금 당장 이직을 준비하라.

남겨지지 말고 버려라.

by 버라이어티삶


43만 명의 청년실업자. 일본의 2배가 넘는 청년 실업률. 그런데 이직?

10%를 훌쩍 넘어서 버린 청년 실업률을 이겨내고 취업에 성공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신입사원들 혹은 당장 취업이 가장 급한 과제인 이들에게 이직은 좀 뜨악한 주제일 수 있다. 나와 비슷한, 혹은 더 나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선택받기 위해서 적성도 바꾸고, 충성을 서약하고 어렵게 입사했는데 ‘이직’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은 ‘배신’과 그 급을 같이 하는 느낌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나를 믿고 뽑아준 회장님과 사장님의 등에 배신의 칼을 꽂을 수는 없어’라고 생각한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무언가를 팔기 전에 일단 나를 팔아야 다른 것도 팔 수 있다.

직장 생활은 시작하기 전부터 세일즈이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연봉을 받고 회사에 팔기로 계약하는 것이 취직이다. 회사가 나를 그 연봉에 사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세일즈의 연속이다.

실적으로 떨어지는 회사 제품도 팔아야 하지만 그전에 가장 먼저, 가장 잘 팔아야 하는 제품은 바로 ‘나 자신’이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몸값이라고 할 것도 없다. 마트에서 진열되어 있는 라면이나 음료수에 붙어 있는 가격표처럼 연봉이 정해져 있다. 그것이 초봉(초임 연봉)이며 거기에는 신입사원의 활활 타오르는 열정까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직원의 노력에 상응하지 않는 부적절한 임금에 ‘열정 페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런 불법적인 열정 페이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원들이 최대한의 열정으로 일해주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가격표의 틀 안에서는 일정한 시간 내에 조직에서 기대하는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야 스스로의 가격표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몇 번의 특진이 가능할 뿐, 기준틀을 벗어난 범위로 연봉을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이직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더 빠른 속도로, 더 큰 범위로 가격표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직이다. 조직에서 발휘한 업무 능력과 퍼포먼스, 그로 인해 기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나의 몸값을 직접 흥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이직이다.

직장 생활을 함께 시작한 동기들에 비해서 나는 직급이 두 칸 정도 높다. 현재 직급은 회사생활 8년 차에부터 ‘차장’이었다. 반면 아직 ‘대리’인 동기도 있다. 그는 이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친구이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이직을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직을 할 때 그동안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세일즈 해서 ‘연봉협상’이라는 것 통해 몸값을 올리려 노력했다.


잘 팔리는 사람이 되려면...

내 첫 회사에서의 첫 직무는 ‘제약 영업’이었다. 지방에서 영업을 시작하여 1년 동안 140%의 목표 달성을 기록하고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서울, 경기도 지역에서 2년 동안 영업을 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아 특진도 하고 ‘제약 마케팅’으로 커리어를 변경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때 담당한 ‘HIV 치료제(후천성 면역결핍증)’ 제품의 life cycle 관리과 신제품 출시를 담당했다. 이 시기가 싱가포르 본사(HQ)와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기였다. 이 경험과 업무 스킬을 바탕으로 다른 회사들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본사 사람들의 쿨한 이직

싱가포르 본사(HQ) 직원들과 일하면서 느낀 것들 중 하나가 이들이 이직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 같은 그룹의 회사였지만, 한국의 직원들은 한 번 입사하면 거의 이직을 생각 않거나 평생에 3~4번 이직한다. 하지만 이들은 꾸준히 더 나은 기회를 찾아서 이직을 했다.

수시로 어떤 부서의 직원이 새로 왔다고 소개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직원들을 환송하는 메일이 오고 갔다. 같이 일하는 4년 동안 열 명도 넘는 직원들이 이직해 오고, 이직해 갔다. 심지어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총괄하는 사람이 다른 회사의 사장으로 이직하는 일도 생겼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직하면서 승진하는 동료들을 보며 축하해 주고 동시에 자극받아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조직을 떠나는 사람을 배신자 취급하는 한국의 정서만 접했던 시기여서 상당히 충격을 받던 기억이 있다.


이직의 순기능

개인의 연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외에도 이직의 순기능은 더 있다. 가슴속에 ‘5년 뒤에는 나를 더 높은 몸값에 팔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어렵게 취업했으니 조직에서 튀지 말고 정년까지 길게 가자’라는 생각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의 학습 속도나 업무 퍼포먼스는 같을 수 없다. 한국 직장인들이 평생 3~4회(5년 차 미만 1.6회, 20년 차 이상 4.5회, 취업포탈 커리어 2013년 조사) 이직하는 반면 글로벌 인재들은 32세까지 평균 4회 이직을 한다(링크드인, 2016).

이들의 능력에 대한 대우가 연봉 상승이다. 연봉 상승의 측면에서 한 회사에서 머무르면 1~3% 연봉이 오르는 반면 이직은 능력과 협상에 따라 평균 15%의 연봉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인사부에서도 이직을 원한다.

심지어 조직의 인사부 입장에서도 이직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신입사원 한 명을 제 몫을 하는 직원으로 만들 때 평균 18.3개월 동안 총 1억 원에 가까운 돈이 투자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때문에 직원 하나하나는 억대 투자를 받은 자산들이었다. 이런 직원들이 이직해 버리면 1억 원짜리 자산(직원)들이 경쟁사로 유출되는 상황이라 간주되었다. 그래서 ‘조직에 대한 배신’이라는 프레임까지 만들어서 직원들을 관리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해 년말이면 마주하게 되는 퍼포먼스 평가...

그러나 이제는 인사부도 ‘인당 생산성’으로 직원들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셈이 복잡해졌다. 이직하려는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에 더해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들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궁리까지 해야 한다. 인사부 입장에서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끌어올려 조직에 기여한 후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직원들보다 꾸준히 조직에 남아 있으려는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것이 더 골치 아플 것이다. 저성과자들은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조직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투자되는 업무 교육 프로그램 등의 비용은 신입사원 교육 투자 비용보다 적지도 않다.


팔릴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아직도 막 취업해서 신나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직을 이야기하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이제는 이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의 성과가 더 뛰어나다. 이직을 하려고 해도 능력이 안 돼서 다른 조직에서 받아주기를 거부하는 직원들이 많거나, 아예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커리어를 계발하지 않는 장기 근속자들이 가득한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

첫 회사에서 붙여준 가격표와 앞으로 정해져 있는 연봉 지급표에 따라서 매년의 회사 생활을 반복하면서 있지도 않는 정년을 위해서 생활할 것인가. 3년이든 5년이든 목표를 정해서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퍼포먼스와 실력을 쌓아 나의 가격표를 내가 만들어갈 것인가.

신입사원들이여, 이직을 준비하며 출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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