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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

모든 면접관이 물어본다.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는 소리다.

by 버라이어티삶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

취업 면접 때 반드시 나오는 질문으로 완벽한 100점짜리 답변을 생각해내지 못할 바에는, 회사의 설립이념, 비전, CEO의 말 등을 참고해서 적당히 답변을 만들어내게 되는 질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숭고한 동기가 있었건 입사의 문턱을 넘어서게 되면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생계형’으로 수렴하게 된다. 적당하게 만들어 둘러대던 면접용 답변이 가물거리게 되면 진정한 회사원이 된다는 웃픈 말도 있다.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입사 전까지의 학창 시절, 전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의 성실함과 업무적인 역량을 검증받았다는 의미이다. 거의 20년 동안 등하교를 잘했고, 수업을 듣고 과제도 잘 제출했다. 치열한 학점 관리도 필요하고 어학능력도 갖췄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씀을 특별히 거스르지 않고 큰 사고 치지 않고 잘 자랐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입사 지원자들은 인성, 적성 검사까지 치른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을 통과했다는 것은 잘 자랐고, 인성도 나쁘지 않고, 적성도 업무와 어느 정도 맞는다는 것을 다 확인받은 것이다.


그런데 왜 퇴사하세요?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걸러진 신입사원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아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취업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유지취업률'(1년 이상 취업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75% 정도로 4명 중 1명은 취업 후 1년도 안 되는 시점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한다. 한국경총의 조사에서도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로 비슷하게 나타난다(2016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이들의 퇴사 이유는 비전을 찾지 못함,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 조직에 부적응 등이었다.


임원이 될 확률. 22년을 버티고 0.7%.

대기업 사무직 신입사원 1,000명이 22년을 근속하면(버티면) 그중 7명 정도가 임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 2014년 승진·승급 관리 실태). 22년이면 직장인 평균 근속 기간인 11년의 2배이다. 그 시간을 근무해 내면 임원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많은 직장인들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그래도 임원은 달아봐야지’ 하면서 0.7%의 확률을 보며 버텨낸다. 임원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직장인들도 가족과 생계를 위해서 인고한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는 일을 11년이나 할 수 있을까? 11년을 못하는 생활을 22년 동안이나 참고 견디는 사람이 임원이 될 수 있나? 아니, 그 시간을 단지 행복하게라도 보낼 수 있을까?

11년, 22년 그 절대적인 시간의 양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갖는 의미이다. 의미를 두지 못하는 회사 생활이나 열정은 지속하기가 불가능하다. 그 시간을 버티려면 내면의 에너지를 쥐어짜야 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번아웃 신드롬이 오게 된다. 이쯤 되면 회사 생활에 대한 ‘이게 맞나?’라는 회의가 든다. 동료나 친구들끼리 모여 ‘비전이 보이지 않는 회사를 그만둘 계획’ 따위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는 다음 날 다시 출근한다.


목적의식과 업(業)에 대한 이유, Start with WHY

유튜브를 보던 어느 날, 가슴을 주먹으로 쿵 때리는 충격을 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 사이번 사이넥의 그 유명한 TED 강연 ‘Start with Why*'였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없이 종이에 보드마커로 휘갈겨 쓰면서 하는 그의 강연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이먼 사이넥의 Golden Circle; Why-How-What 의 순서!!
‘똑같은 기회, 환경, 재능, 미디어 활용도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를 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Why(그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비전)가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What(연봉, 복리후생 등)을 이루기 위해서 How(취업, 창업 등)를 물색한다. 그리고 대부분 Why(이 일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비전, 일의 목적 등)은 잊어버린다. 생활이 빠듯하고,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어서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다. 단지 취업 자체가 목적인 사람도 많다. 만약 그랬었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why를 찾아보자.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이 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전’, ‘삶의 목적’ 같은 ‘why'가 아니라 ‘회사의 복지’, ‘연봉’, ‘회사의 이름’ 같은 'what'이라면 지속되기 어렵다. 유지취업률 75%는 회사 생활의 첫 1년을 넘기기가 녹록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결국 일 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것이 'why'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참으면서 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하루의 1/3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생활은 삶에서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라면 삶 자체가 ‘인고하는 삶’이 되어버린다.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당사자의 삶은 힘들 수밖에 없다.


돈 받으면서 하는 일이 즐거우면 안 되지. 재미있으려면 돈 내야지. 극장처럼.

졸업과 동시에 외국계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회사 안은 전쟁터고, 나가면 지옥이다.’는 선배들의 말을 10년째 듣고 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하기로 결심했을 때의 솔직한 지원동기는 ‘연봉’ 때문이었다. 당시 제약회사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이 형성되어 있었다. 영업사원으로서, 마케터로서, 담당하는 제품(약품- HIV 치료제, 마취제, 항암제 등)의 매출이 더 올라가면 인센티브를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하던 시절의 행복감, 성취감은 돈이 주는 그것을 넘지 못했다. 사실 회사의 인센티브는 규정에 따라 제한이 있어서 어느 수준을 넘어갈 수 없었다. 직원들 중에 성과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에 목마른 사람들은 실적에 따라 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영업직으로 넘어갔다.


Why를 찾으면 성과도 올라간다.

사이먼 사이넥의 강의와 책을 본 후 나만의 Why를 찾았다.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아픔을 겪은 후 나의 Why는 더 확실해졌다. 신기한 것은 이런 Why를 찾은 후 일상의 업무나 고객들과 소통에서 상대방에게 나의 Why가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적이나 어떤 목적 때문에 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다른 좋은 의도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 상대방에게 전달될 때 내 핵심 메시지가 고객들에게 훨씬 잘 전달되어 미팅의 목적이 달성되고 프로젝트도 잘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Why를 통해서 열정과 믿음이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 일의 Why를 또렷하게 알고서 하는 직장생활은 회사 생활을 보다 의미 있고 즐겁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결국 뛰어난 성과도 만들어 낼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구조를 가진 항암제들이 환자들을 살린다. 적어도 조금은 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금 제약회사에서 하는 내 일이 환자들의 건강에도 정말 중요한 영향을 주고, 그들의 가족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담당하는 좋은 약이 더 많이 처방되면 보다 많은 환자와 그의 가족, 친구들이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내 일이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은 금전적인 보상과는 다른 차원의 만족감이 된다. Why를 찾고 일하는 지금과 연봉과 인센티브를 생각하면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던 처음의 행복감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Why는 즐겁고 의미 있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더 오래 할 수 있게 해 준다.


나의 Why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 내가 분명한 기여를 하기 위해서’이다.


*Youtube; Simon Sinek (https://www.youtube.com/watch?v=u4ZoJKF_VuA&t=32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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