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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열심히 말고 잘해야지~?

이제는 열심히만 하면 바보인 시대.

by 버라이어티삶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출근했을 때 내가 선배들에게 했던 인사다. 사실 첫 출근하는 신입 사원의 인사는 저 이상이 있기는 어렵다. 잔뜩 긴장해서 저런 인사를 하는 나를 보던 선배들이 한 마디 했다.

“열심히 말고, 잘하는 게 중요하지.”

이 한마디에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인턴이나 후배들이 입사해서 인사를 할 때면 나도 비슷한 소리를 하고 있다.

“쉬엄쉬엄 하고 잘하면 돼요.”


예전에는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만 하면 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열심히만 하면 하던 일을 익숙한 방식으로 반복하는 숙련공이 될 뿐이다. '숙련공'은 자조적인 기분일 때 쓸 수 있는 단어로는 '일개미'정도가 되겠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기 위한 방법들은 뭐가 있고 어떻게 쉽게 배울 수 있을지 알아보자.

열심히 말고, 잘! 잘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스마트워크를 잊지 않은 하드워크

한 특강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전략이사인 김지현 상무에게 질문을 했다. 그는 40대 초반의 임원이면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 교수이고 저술한 책이 수십 권이 되는 다작 작가이다.

“이사님은 직장인이면서 작가, 교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일을 그렇게 많이, 빠르게, 잘, 처리하는 스마트 워크의 비결이 무엇입니까?”

IT회사의 임원이니 평소 애용하는 앱이나 IT 기기를 소개해 주거나, 업무 방식의 노하우를 알려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스마트워크를 하기 위해서는 하드워크가 반드시 먼저 필요합니다. 단, 하드워크를 하는 기간에 늘 스마트워크를 잊지 않고 궁리해야 합니다.”


원래 '스마트워크'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뜻한다. 사무실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콘셉트에서 벗어나 휴대 기기를 활용하여 사무실 밖에서 일을 하거나 업무 현장과 가까운 곳 어디에서건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방식인 것이다. 다만, 김지현 상무가 이야기하는 '스마트워크' 콘셉트는 워크스마트, 즉 보다 똘똘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업무처리 방식을 의미하는 것 같아 그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하드워크가 어떻게 스마트워크가 되나?

스마트워크는 같은 결과를 적은 노력과 시간, 스트레스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자기가 쓸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서 일을 수월하게 해내는 사람'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래서 스마트워커는 덜 애쓰고도 하드 워커와 같은, 혹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똘똘한 사람이다. 이런 스마트워크로 단계를 넘어가려는 의지가 없다면 단순노동만 반복하는 '숙련공'으로 남겨지게 된다.

스마트워크와 대치되는 말은 하드워크다. 하드워크는 말 그대로 열심히 일 하는 것이다. 하드워크는 업무의 전체 그림과 흐름을 익히고 디테일한 사항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드 워커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그러셨고, 지금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계속하던 일만 한다. 알다시피 회사일이라는 건 하는 일을 열심히 계속하다 보면 절차와 방법이 보이고 익혀지는 단계가 오게 된다. 단순 반복인 일들은 그 단계가 빨리 오고, 복잡하고 좀 어려운 일들은 전체 그림이 보이고 거기에 익숙해지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어쨌건 복잡한 일이라도 열심히 반복하고 익히면, 익숙해지고 쉬워지는 지점은 온다. 그런데 일에 익숙해졌다는 정도에 안주하고 계속 반복만 하면 결코 스마트워크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큰 그림을 모르고, 업무의 흐름을 이해 못하면서 디테일까지 놓치는 사람은 열심히 일도 제대로 못한다. 전체 그림과 흐름을 구성하는 디테일한 것들까지 볼 수 있게 되어야만 나중에 좀 더 수월하게 해 낼 수 있는 궁리를 할 부분이 생긴다.

'왜 이 절차가 필요한가? 이 일을 꼭 여기에서 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한 단계 줄일 수 있을까? 이 일을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어플이나 프로그램은 없을까? '

이런 궁리를 늘 머릿속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화두로 삼고 늘 궁리를 해야 그에 대한 작은 단서들이 스쳐 지나갈 때 예민하게 그것을 캐치할 수 있다. 그냥 열심히만 해서 잘하게 된 사람은 '숙련공'에 불과하다.


무릎 위의 슈퍼컴퓨터, 내 주머니 속 개인비서

지금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불과 5년 전과 비교해 보아도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등으로 예전 같으면 수십 명의 비서들이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도와주는 것과 같은 시대에서 살고 있다. 자동화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작업해야 하는 일들이 순식간에 끝나 버리기도 한다. KAIST 출신의 사회복무요원이 자기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기존에 6개월 동안 걸릴 일을 단 하루 만에 끝내버렸다는 기사가 났다. 그는 지금도 기존에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하던 일을 단번해 처리해 주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짤 능력이 있다면 직접 만들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만들어둔 이런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만 해도 덜 애쓰고 충분히 일을 잘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그 일이 더 편해진다. 남는 시간을 다른 일에 쓰거나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제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개선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어도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산다. 그냥 하던 대로 산다.


앱스토어의 차려놓은 밥상을 챙겨 먹자.

몇번의 검색만으로 일을 더 깔끔하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툴을 찾을 수 있다.

앱스토어는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앱들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루고 있는 앱들의 카테고리는 '건강, 피트니스', '교육, 금융', '라이프스타일', '게임', '엔터테인먼트', '생산성' 등 매우 다양하고, 앱들의 수는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게임이나 사진 보정 앱들을 다운로드하는 곳이라고 여긴다. 앱스토어를 주기적으로 들어가 보자. '생산성', '비즈니스' 같은 카테고리를 방문해서 어떤 앱들이 출시되어 있고, 인기가 높은 앱들은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자. 메모, 회의록, 시간관리, 일정관리, todo list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써보고 검증한 앱들을 볼 수 있다. 필요한 게 뭔지 잘 모르더라도 일단 들어가 본다.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대로 대게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나는 하드워크 할 때 아쉬웠던 부분들을 검색해본다. 필요하다 싶은 프로그램들은 설치해보고 원래 하던 일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다만, 설치하고 몇 번 써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내 업무에 실제로 그 프로그램을 사용해보고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사용해본다. 그래야만 진짜 나에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 알 수 있다.


유튜브는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검색을 하고, 관심있는 영상을 시청해두면 계속 도움이 될 영상들을 소개해 준다.

일을 배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하나 해보고 익히는 것과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배우면서 하는 것. 직접 해 보고 익히는 것은 확실하게 몸으로 일을 배울 수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배우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업무의 고수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닐 수가 없으니 유튜브는 완벽한 업무의 사수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일 잘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는 다 올라와 있다. 유튜브는 영어든 일본어, 중국어든 번역된 자막도 제공한다. 관심 있을 다른 컨텐트들도 자동으로 추천해 준다.

직장인들은 늘 todolist 관리, 프로젝트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Simpletivity'라는 채널에서 제안한 '캘린더를 todo list'로 활용하는 법'을 시청하고 일정관리에 적용한 후 업무와 할 일 관리가 확실히 개선된 적이 있다. 업무 스타일이 180도로 확 바뀌지 않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도움이 될 내용들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것으로도 생산성이 개선될 수 있다.

'맞춤 동영상'이라는 이 기능 덕분에 어떤 검색어를 유튜브에 입력하느냐에 따라 직장생활이 바뀔 수 있고, 삶까지도 바뀔 수 있다. 수많은 멘토들이 우글우글한 이런 플랫폼에서 영양가 없는 자료들을 시청하기 시작하면, 유튜브는 계속 그런 영상들만 추천해 줄 것이다. 정크푸드만 계속 먹으면 몸이 망가지듯, 정크 영상들에 계속 노출이 되다가는 결국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의 유튜브 '맞춤 동영상'에는 어떤 리스트가 떠있는가? 바로 확인해 보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면 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지'를 화두로 얹어서 출근길을 나서보자. 이 작은 고민 하나와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와 유튜브의 '맞춤 동영상'이 우리 직장인들의 회사생활과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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