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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Feb 12. 2020

MBA 신입생에게 OT(경영학입문, 1.5학점)란

경영학 문맹 수의학도에게 펼쳐진 다채로운 산업과 직무의 세계

2020년은 한 해의 시작부터 다사다난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커다란 파괴력을 자랑하며 사회의 많은 곳에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에 제동을 걸었다. 

회사에서 계획하던 시무식을 취소시켰고 직원들이 원하는 경우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했다. 딸아이의 수업시간을 단축시키고, 방학을 당겨버렸다. 초, 중, 고교의 졸업식을 축소시켰고 대학의 학사 일정을 연기시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고 있던 KMBA OT(경영학입문 1.5학점)와 입학식을 취소시켜버렸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수의과대학 시절에는 한 학년에 60명 정원이었던 학교 생활에 큰 관심이 없었고, 제약 업계에서 보낸 10년은 좁았던 세계관을 더 깊고 좁게 만들었다. 이런 나로서는 경영학에 발을 들이며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과 세계관 확장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점점 심상치 않아지더니 날아온 행사 취소 메일.

'고려대학교'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열정, 치열함, 전우애 같은 유대감을 느껴볼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입학식도 생략되었으며, 개강과 종강마저 연기되는 상황에 연간 일정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


OT란

원래 OT(경영학입문)는 교수님과 선배 학번들을 만나고 동기들과 인사하며 십여 년 만의 학교 생활에 감을 잡는 중요한 행사이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수백 명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이드는 꼭 필요했고, 작게 조별로 미팅을 가지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어슴푸레하게라도 할 기회가 생겼다.


준비물

명함 한통


조별 OT

스무 개가 넘는 조로 나누어진 신입생들에게 몇 분씩의 멘토가 배정이 되었다. 이 멘토들도 선착순으로 끊을 만큼, 후배 기수에 대한 선배기수들의 케어는 각별했다. 다른 글에서 수강신청 비딩 시스템(bidding, 입찰 방식)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수강신청에 대한 가이드, 수많은 동아리, 직무 관련 모임에 대해서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다.


수십 장의 명함으로 돌아온 명함 한통

100장들이 명함 한통을 챙겨나간 조 상견례 자리에서 다들 명함을 교환, 그리고 2차, 3차로 이어진 다른 조원들과의 상견례에서 또 교환해서, 수 십장의 명함이 생겼다. 물론 쌓인 명함은 인맥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아직은 회사 명함 컬렉션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헬스케어, 제약, 바이오 쪽의 업계의 경험만 있는 나에게 반도체, 호텔, 언론, 유통, B2C 마케팅, 금융, 보험, 투신, 스타트업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의 사람에게 강제로 각성제와 산소를 공급하는 듯한 깨임을 주었다. 


걱정과 마음가짐

친한 수의사 친구 녀석이 MBA를 가겠다는 내 말에, '모교에 가서 석박사 과정 한 번에 하고, 병원 차리는 게 좋지 않겠어? MBA가 쉬운 과정도 아닌데...'라고 했다. 그 말도 맞지만, 나는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자극과 지식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가 보기로 결심했다.

학부에서 경영학, 경제학을 배운 친구들에게는 MBA가 심화 과정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의학용어들과 생리기전들을 외우고 이해하려 애썼던 나에게는 이 과정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걱정이 있다. 너무나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Comfortable zone, safe zone

comfortable zone은 결코 safe zone이 아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래의 그림처럼 safe zone과 comfortable zone이 겹치는 어딘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콘셉트에서는 내가 지금 서 있는 comfortable zone이 safe zone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두 zone의 겹치는 곳일까? 과연?


현실에서는 두 zone은 겹치는 곳이 없다. 아예 떨어져 있다. Safe zone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confortable zone에서 양발을 다 빼야만 한다. 

나에겐 MBA가 5년 뒤 safe zone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양발을 comfortable zone에서 빼는 도전이다. 이 과정을 잘 수행한 후 명함을 교환한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면, 그때의 나는 safe zone에 서서 다른 사람들의 인맥이 된 것이 아닐까?

이동하려면 발을 빼야 한다.


https://youtu.be/mYHOaQtct5Y

https://youtu.be/XXcXgOm5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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