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결코 혼자가 아니야ㅣ27주 임산부ㅣ신체의 변화ㅣ기록

by 박수향

혼자 밥을 먹을 때도, 혼자 책을 읽을 때도, 혼자 산책을 할 때도 연신 배를 문지르며 "아, 나 혼자가 아니지?"라며 내 안에 존재하는 작은 생명과 소통한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대화의 티키타카는 없지만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분명 작은 생명도 성실히 나의 질문에 답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벌써 27주의 임산부가 된 나는 시간마다 용을 쓰며 등과 허리를 누른다. 제철 맞은 수박보다 더 나온 배를 감당하려니 등과 허리가 적잖이 어려움을 느끼나 보다. 앞으로 남은 13주 동안 얄짤없이 더 크고 무거워질 텐데 등과 허리는 그걸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등허리가 쑤시고 다리가 코끼리처럼 부어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행복감은 배가 된다. 터질 듯이 커져가는 내 배처럼 말이다.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과정은 마치 나의 내면이 천하무적 원더우먼으로 진화하는 과정 같다. 딱히 시원하게 설명할 방법은 없는데 내면이 많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솔직히 많이 무섭고 두렵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그 무서움과 두려움을 그냥 있는 대로 두게 된다. '다 잘 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예전(결혼 전) 같으면 무서움과 두려움에 흠뻑 빠져들어 내가 나를 더 힘들게 했을 것이 눈에 선한데 모든 일을 그러려니 바라보고 '그러려니 되겠지.' 하는 내 모습이 아무리 봐도 미스터리이다.


앞으로 써 내려갈 기록들을 통해 그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려니 함에 따라 쓰일 '순탄하고 평탄한 기록들이 미스터리의 열쇠였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