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ㅣ임산부의 d라인ㅣ행복에 대하여
나와 남편은 지극히 아침형 인간이다. 둘 중 하나가 저녁형 인간이었다면 매일같이 몸살을 앓았을지도 모르겠다. 주말에도 우리 부부는 어김없이 이른 아침에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한적한 일요일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동네 산책로를 걷는 기분, 텅 빈 영화관에 편안히 앉아 조조영화를 보는 기분, 별다방 사이렌 오더 1번째 메뉴로 여유로이 커피맛과 향을 만끽하는 기분이야말로 중독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뱃속에 있는 작은 생명과 함께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다.
임산부가 되고 옷을 고를 때 지극히 고민하는 포인트 하나가 있다. 고민의 포인트는 바로 '복뚜니(태명)가 잘 보일까?' 하는 것이다. 펑퍼짐한 옷보다는 핏한 옷을, 허리 벨트(혹은 끈)가 없는 옷보다는 허리 벨트가 있는 옷을 선호한다. 복뚜니가 보다 잘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복뚜니가 세상을 보다 환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좋고, 나 그리고 남편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 좋다. 특히 추억 사진을 남기고자 할 때 주수별로 복뚜니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우리 가족 3명의 완전체 사진을 차곡차곡 기록할 수 있어 좋다. 지극히 좋은 것 투성이니 굳이 나온 배를 감추려 억지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임산부의 d라인은 지극히 아름답다. 학창 시절부터 임신 전까지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로 살찌는 것에 예민했다. 날씬한 몸을 선호했던 가장 큰 이유는 좋아하는 옷을 예쁜 핏으로 입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결혼식 스튜디오 사진을 촬영했을 때와 지금의 몸무게 차이는 약 13킬로 정도이다. 분명 외모에 대한 불만이나 후덕하게 커진 덩치가 불만스러울 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 불룩 나온 배를 양 손 가득 담아보는 일, 뱃속에 있는 아이의 신호를 마음 깊이 알아채는 일이 이토록 흥미롭고 행복할 줄이야.
이번 주말도 지극히 아침형 인간인 엄마, 아빠와 지극히 좋고 아름다운 것들을 누리며 부지런한 시간을 함께한 우리 복뚜니. 엄마, 아빠는 '너와 함께'를 상상하며 방문한 고즈넉한 공간과 따뜻한 식사 그리고 마실 것들이 너무 좋았는데 너는 어땠는지 모르겠구나. 잠들기 전 평소보다 유난히 크게, 많이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준 너였는데 그것이 '너무 좋아!'라는 너의 손짓, 발짓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한계치가 없는 행복감에 오늘도 여전히 표현할 길이 부족하지만 너와 함께라 지난 주말도 너무 행복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와 아빠에게 계산 없는 행복을 선물해 주어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