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

임산부ㅣ만삭

by 박수향

이제 20일 뒤면 뱃속에서 10개월 간 함께한 또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된다.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크지만 설레는 마음이 가장 지배적이다.


무거운 배를 탓하며 글쓰기를 게을리할 만큼 행동이 많이 더뎌졌다. 임신 전에 비해 13킬로가 불어나면서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만삭의 몸은 나에게 태어나 처음 겪는 신체적, 정서적 경험들을 다수 선물해 주었다. 신체적 경험의 예로는 누운 자세에서 일어나다 다시 뒤로 꼬꾸라지기, 양말 한쪽 신고 지쳐 휴식하기, 차 문 사이에 배 끼이기 등이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경험들을 통해 '그간 나의 신체가 꽤나 생활하기 좋게 관리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정서적 경험의 예로는 호르몬의 절대적인 지배를 받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 그다지 슬프지 않은 TV프로를 보다가 펑펑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가족들과 친구들의 일상적인 말투나 행동에 괜히 심술이 나기도 했다. 상, 하가 아주 극단적인 감정의 굴곡 앞에서 내 안의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려고 꽤나 애썼다. 그 덕분인지 10개월 동안 내 마음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아이와 나를 위해 본능적으로 '마음 돌봄'을 실천한 듯하다.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도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는 지금처럼 행동하고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살면서 나 자신이 나를 이토록 아끼고 조심스럽게 돌 본적이 있었는지, 이렇게 나 자신과 자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지를 떠올려보면 그간 남들에겐 좋은 사람, 나에게는 무심한 사람으로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나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엄마, 아이의 감정을 오롯하게 안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 자신 파이팅! 조금만 더 힘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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