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산책ㅣ미세먼지ㅣ기다림

by 박수향

아가와 나의 건강을 위해 매일 2.5km~3km 정도를 산책한다. 요즘은 재즈풍의 음악에 빠져 지니차트 재즈 장르 Top 100을 재생목록에 담아 여행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걷는다.


가을바람이 유난히도 맑고 상쾌하게 느껴지는 오늘이었다. '"징~" 애플 워치에서 알람이 울린다. "오늘의 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입니다."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진다. 보다 더 야무지게 마스크를 착용한다.


천천히 천천히 배를 어루만지며 걷는다. 임신 전엔 격한 운동을 즐기던 나였다. 최소한 야외에서 인터벌로 5km를 뛰고 걸어야 개운한 느낌이 들었고, 헬스장에서 1시간 정도 근력운동을 해야만 기분 좋은 근육의 당김을 느낄 수 있었다.


임신 이후에 가장 불편하고 답답한 것은 뛰지 못하는 것이다. 신호등 초록불이 15초쯤 남은 시점에도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성격 급한 나에게 그보다 더한 고문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기다림을 꽤나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멈춰 있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맘껏 느껴본다.


땅콩과자와 호두과자 냄새,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익숙한 풍경들. 익숙한 것들이 더욱 특별한 요즘, 멈추어 있음의 미학인가 싶다.


"아가, 너와 함께 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엄마를 발견해. 천천히, 느긋하게, 편안하게, 그렇게 나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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