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마케팅이고 어디까지가 영업일까요?
요즘은 세일즈포스 같은 데이터 기반 영업관리 툴이 대세입니다. 세일즈포스는 본인 스스로를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CRM 전문회사로 표방하고 있죠. 자, 그럼 CRM은 영업인가요? 마케팅인가요?
경영(經營)은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경>과 판매/영업을 하는 <영> 이렇게 2가지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경>과 <영>의 업무를 기본바탕으로 합니다. 여기에 회사가 속한 산업과 대상고객이 B2B인지 B2C인지에 따라 <영>안에서 영업팀과 마케팅이 조금씩 업무정의(Job Description)를 다르게 가져갑니다.
법인으로 등록된 회사는 성장해야만 하는 숙명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매출은 영업만의 목표가 아닌 모두의 목표가 됩니다. "나는 영업은 안하고 마케팅만 할꺼야."라는 건 맞지 않는 말이죠. 어느 대표가 판매와 연결되지 않은 움직임에 비용을 허락할까요? 내가 만드는 브로슈어, 디자인, 개발, 콘텐츠, 웹사이트 등이 매출처럼 보이지 않아도 매출과 연결지어 빅픽처를 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영업과 마케팅의 차이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업은 몸으로 하는 일이고 마케팅은 체계적 활동이다?
어떤 사람들은 영업을 인맥 중심의 말로 설득하는 보험아줌마나 방판 화장품 판매사원으로 떠올립니다. 이들에게 영업은 바깥에서 일하는 외근직이죠. 반면 마케팅은 내근직이고 사무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퉁쳐서 마케팅, 영업이라고 부르는 것 안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마케팅과 영업이 존재합니다. 마케팅만 해도 브랜드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디지털 마케터, 제휴 마케터 등 그 결이 무척 다양하죠. 영업에도 국내영업, 해외영업, 기술영업, 세일즈 엔지니어 등 다양한 업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산업이 초기시장인지 성숙한 시장인지에 따라서, 그리고 상품이 고관여 제품인지 저관여 제품인지에 따라서도 마케팅과 영업의 할일은 너무나 다양해서 내외근직으로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경력이 많은 마케터와 영업맨이라도 면담을 해보면 모두 결이 다릅니다. 같은 브랜드 마케터여도 기자출신, 홍보담당에서 시작한 분과 디자인에서 시작한 분의 마케팅 결이 다르고, 콘텐츠 마케터도 에디터에서 시작했는지 광고에서 시작했는지에 따라 색깔이 다르죠. 영업은 산업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고, B2B인지 B2C인지 산업이 어디에 속했는지에 따라 비슷하지만 다른 프로세스와 체계가 존재합니다. 마케터는 서로간의 영역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영업은 커리어 이동이 보수적인 편이죠. 같은 의료기기 영업에서도 정형외과 수술장비에서 미용제품으로 자유롭게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특히 B2B의 기술영업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제품에 대한 지식 수준에서 영업이 알아야 할 디테일과 깊이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동이 쉽지 않은 거죠.
마케팅은 고객을 창조하고 영업은 고객을 찾는다?
구글링을 해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는 문장도 있습니다. 마케팅은 고객을 창조하기에 제품이 존재하기 전에 상품 개발부터 시작하고, 영업은 고객을 찾는 일이기에 제품이 존재한 이후부터 시작한다고 써 있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상품을 기획하는 것도 넓게는 마케팅으로 분류되니 그 말도 맞긴 합니다.
영업은 단기적 판매에 몰입하고 마케팅은 장기적 고객 개발을 진행한다고 정의한 곳도 있었습니다. 영업도 장기적 관점의 판매전략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니 무엇을 장/단기로 본다는 것은 좋은 정의가 아닌듯 합니다.
영업은 개별고객의 전략을 세우고, 마케팅은 타겟그룹의 전략을 세운다
출처: The Evolving Relationship Between Sales And Marketing / https://kexino.com/marketing/evolving-s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영업은 실체가 존재하는 개별 고객에게 구체적인 액션을 실행하고, 마케팅은 형태를 추정하는 타겟그룹을 대상으로 액션을 실행한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의 타겟은 그룹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 제품을 인지할 만한 고객, 관심을 보일만한 고객들을 데모그라픽, 정서적 키워드, 행동 데이터 등을 통해 특정 페르소나로 정의합니다. 타겟 그룹을 구체적으로 정의할수록 마케팅 액션이 세밀해집니다. 그야말로 살을 입혀가며 타겟그룹을 하나의 대표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것이죠. 마케팅은 타겟그룹을 대상으로 우리를 인지시키고 관심을 갖게하고 마침내 판매까지 이어지도록 지속적인 활동들을 전개합니다.
영업의 타겟은 구체적인 개별고객입니다. 이름과 전화번호와 담당자 연락처가 존재하죠. 매장에 들어온 개별 고객, 내 제품에 관심을 가질만한 개별 유통, 접근할만한 개별 딜러가 있습니다. 어떤 필요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질문해볼 수 있고, 전략 유통의 경쟁사 전시 현황이 어떤지 보러갈 수 있죠. 해당 국가의 딜러를 리스트업하고 직접 메일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업의 개별전략은 세세하고 구체적입니다.
출처: Kexino Website
기업은 타겟그룹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방문을 유도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여러 만남을 만들어갑니다.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기업은 고객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장미꽃처럼 서로를 길들여가며 브랜드-고객간의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이전에는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시점부터 영업으로 봤습니다만...
요즘은 고객의 총체적 경험을 하나로 관리하는 추세입니다. 고객경험을 브랜드 인지시점부터 구매 후 팬덤이 될때까지 하나의 경험플로우(funnel)로 관리하는데 이를 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또는 CXM이라고 부릅니다. CIM(Customer Interaction Management)과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ment)에서 진화한 고객경험3.0 버전이라 생각하면 편하겠습니다.
이 추세에 따라 기업에 고객경험본부나 CX팀이 생기기도 합니다. CX팀은 아직까지 기업마다 Job의 정의가 다른 현황을 보입니다. 서비스기획에서 CX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고 마케팅에서 쓰기도 하죠. 개념이 만들어져가는 초기 단계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CRM의 세일즈포스 프로그램은 어떤 회사는 영업이 쓰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마케팅이 쓰기도 하는 툴이 되는 것이죠.
마케팅과 영업에서 영역의 교집합 부분이 있습니다. 그 교집합이 시대에 따라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매출을 향해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원팀으로 나아가는 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고객과 어떻게 연결되며 매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고객경험>의 큰 그림 안에서 일에 의미를 부여해봅시다. 그러면 일의 우선순위와 KPI가 좀 더 뾰족해 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