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레인보우
요즘 오아후엔 비가 자주 내린다. 비가 오면 우버는 바빠진다. 빗길을 피하려는 전화가 늘고, 공항 픽업은 순식간에 줄이 길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빠질수록 하루가 더 환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가 오면, 무지개가 뜬다. 어떤 날은 얇은 고리 한 줄이, 어떤 날은 섬 전체를 감싸는 커다란 아치가, 또 어떤 날은 바다에서 시작해 하늘로 넘어가는 더블 레인보우까지—거의 매일같이.
아침 러시 시간, 공항 램프를 빠져나와 서쪽 하늘을 보면 얇은 색띠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햇빛이 물방울을 스치며 색을 나눠 놓은, 그 익숙한 풍경.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햇빛이 물방울 속에서 굴절되고 한 번 반사된 뒤 다시 굴절되면서 색이 갈라진 결과라는데, 길 위에서 그 설명은 늘 짧다. 그냥 “지금, 좋다.” 이 말로 충분하다.
오후엔 장면이 달라진다. 와이키키를 벗어나 카알라 아베뉴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소나기가 한 줄 지나간 자리에 무지개가 걸린다. 갓 비를 머금은 아스팔트가 검게 가라앉고, 그 위에 색이 선명하게 올라선다. 승객은 말끝을 잠시 접고 창밖을 본다. 나도 라디오 볼륨을 살짝 내린다. 그 조용한 몇 초가, 오늘 하루를 가볍게 만든다.
하와이엔 왜 이렇게 무지개가 많을까. 바람 때문이다. 북동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이 코올라우 능선을 만나면 공기가 밀려 올라가고, 그렇게 생긴 짧은 소나기가 섬 곳곳에 흩뿌려진다. 한쪽에 비가 오고, 다른 쪽엔 햇빛이 나고—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있어야 하는 무지개에게, 하와이의 날씨는 늘 친절하다. 비가 잦아지는 10월 말부터 12월, 무지개는 더 자주 걸린다. 건기에도 산허리에 구름이 걸려 작은 비를 흩뿌리면 산자락에 옅지만 또렷한 반원이 걸린다. “오늘은 없겠지” 싶어도, 어디선가 슬며시 떠 있다.
어느 날은 바다에서 무지개가 시작된다. 카메하메하 하이웨이를 타고 달리는데,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자리에 희미한 색이 자라난다. 색은 금세 커지고, 어제와 다른 각도와 굵기로 아치가 생긴다. 바람의 방향, 비의 크기, 해의 높이가 조금만 달라져도 무지개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지겹지 않다. 매일 새롭다. 하와이가 차량 번호판에 무지개를 그려 놓은 이유를, 길 위에서 더 자주 이해하게 된다. 이 섬의 상징이 되기엔, 무지개만큼 어울리는 얼굴이 또 있을까.
가끔은 두 개가 뜬다. 차 안에서 작은 환호가 터진다. 뒷좌석의 아이가 유리에 이마를 붙이고 감탄을 내뱉고, 할머니는 잠깐 손을 모은다. 누군가의 여행 첫날에도, 누군가의 피곤한 퇴근길에도, 하늘은 짧은 선물을 건넨다. 나도 그 선물에 기대 하루를 굴린다.
비가 많이 오는 요즘은 특히 그렇다. 픽업을 가는 길에 한 번, 손님을 내려드리는 길에 한 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한 번—하루 세 번의 무지개를 본 날도 있다. “그렇게 자주 보이면 무덤덤해지지 않나요?” 하고 묻는 손님이 있었는데, 고개가 저절로 가로저어진다. 빗방울이 깜빡이처럼 반짝이고, 그 사이로 무지개가 차선 위를 넘어가는 순간을 누가 무덤덤하게 지나칠 수 있을까. 그 짧은 순간, 나는 방향지시등 대신 마음에 불을 켠다. “잠깐만, 지금은 이 장면을 기억하자.”
이 섬의 무지개는 늘 사람을 멈춰 세운다. 그게 장점이다. 서둘러 도착해야 하는 목적지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종종 이유를 잊고 달린다. 그런데 하와이의 무지개는 달리는 우리에게 살짝 브레이크를 건다. 잠깐 서서, 숨을 고르고, 다시 천천히. 어쩌면 그래서 하와이의 무지개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지도 모른다. 산과 바다, 바람과 비가 함께 만든 색의 다리. 그 다리는 길 위의 우리를, 오늘의 우리를, 조용히 건너가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연재를 닫는 인사를 무지개로 대신하고 싶다. “길 위의 하와이”를 쓰는 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아치들을 보았다. 더블 무지개가 섬을 감싸던 날, 바다에서 시작된 반원이 천천히 도시 위로 이동하던 오후, 그리고 아주 얇지만 모든 색을 다 품은, 소박한 아치까지. 같은 무지개는 한 번도 없었다. 그 다양함이 나를 버티게 했다.
오늘도 어딘가에 비가 내릴 것이다. 그리고 분명 어딘가에는 무지개가 걸릴 것이다. 당신의 오늘 창밖에도, 작게나마 그 색이 닿기를. 길 위에서 건넨 이 행운을, 마지막 페이지 끝에서 조용히 나눠 둔다. 알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