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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하루 Apr 17. 2020

지금 함께 있다는 것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뜬금없이 자기 고백 타임) 지난 12월, 첫 글을 끝으로 글을 도통 못 썼다. 솔직히 말하면 몇 번이나 끄적거렸지만 생각처럼 써지지 않아서 결국 완성하지 못한 글만 쌓여갔다. 글솜씨를 뽐내는 자리도 아닌데 뭐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글도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이가, 어떤 상황 속에서 내 글을 접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한 문장, 한 문장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지난 2년간 남편과 떨어져 지냈던 시간이 때론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내 삶의 좋은 양분이 되었기에 이렇게 글로 남기고자 하는 건데, 세상에는 그러고 싶어도 여러 가지 환경적인 어려움으로 그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좋지 못한 결론에 다다른 사람도 있을 테니 내 글을 접한 누군가를 행여나 불편하게 만들진 않을까 생각하다가 글을 쓰다 말다, 썼다 지웠다만 반복했다. 그렇게 벌써 네 달이 지났다. 


언제쯤에나 글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니 끝까지 다 쓸 수나 있을까 사실 자신이 없다. 몇 번이나 첫 글을 내리고 이어 쓰는 걸 관둘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불과 다섯 달 전까지 떨어져 지내던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된 지금, 우리가 아직도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면, 재택근무가 시작돼서 계속 집에 혼자 있어야 했다면, 뉴스에선 서로의 거주지가 점점 안전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멀리서 괜찮은지, 별일 없는지 직접 보지도 못하고 그저 막막함을 떠안고만 있어야 했다면...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실제로 지금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 참 많다. 우리 가족만 해도 타지에 있는 시동생이 당분간 귀성을 못할 테고 나도 언제 다시 한국에 가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럼에도 남편과 함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 불안함과 답답함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터널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그냥 옆에 누가 있다는 것만으로 참 감사하다. 유일하게 마스크 없이도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다는 게 이렇게 고맙게 느껴질 줄이야. 


문득 그걸 잊고 지냈다는 걸 깨달았다. 떨어져 지냈을 땐 매 순간 미안하고 고맙고 그랬는데, 지금 다시 함께 있다고 벌써 감정이 무뎌진 건지, 아니면 우리가 진짜 가족이라는 단계에 들어서서 이제는 그런 감정들을 직접 표현하기가 머쓱해진 건지. 서로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래야 하는 지금, 사랑하는 이에 대한 사소하지만 소중한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글을 이어 써보련다. 일단 힘 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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