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참 부럽다. 모두가 기다리고 반가워하니까.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때문에 조금 힘들지는 몰라도 봄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고 모두를 설레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누구에게나 '봄'은 특별하게 다가오겠지만 삿포로의 봄은 특히 더 특별하다. 길었던 겨울 끝에 오는 계절이라서 말이다. 심지어 바로 오는 것도 아니다. 올랑 말랑 뜸까지 들인다. 겨울이 끝났는데도 이상하게 봄이 안 온다. 그 시기가 두 달이나 된다. 바로 3월과 4월. 눈 녹은 이 시기를 늦겨울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아직 푸르지도 않고 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초봄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시기. 한국이나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온 생명이 움트는 시기인데, 부러운 눈빛으로 티비나 SNS 너머 남의 동네 봄 풍경만 구경하면서 여기는 도대체 언제 봄이 오려나 애태운다.
겨울에서 봄으로 느리게 넘어가다 보니 생활 속에서도 겨울과 봄이 혼재한다. 겨울 이불을 치웠다가 다시 꺼냈다를 반복하고, 오늘은 패딩을 입어야 하나 트렌치코트를 입어야 하나 늘 옷장을 기웃거린다. 겨울을 보내지도 못하고 봄을 온전히 맞이하지 못하는 시기가 길어지다 보니 얼마 전에야 겨울 옷을 드디어 세탁소에 맡겼다. 이런 계절 덕분에(?) 이 동네에서는 겨울 옷 세탁 할인을 6월까지 해준다.
대부분 봄이 오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피고자 여행에 나선다. 하지만 여기서는 예외다. 3월과 4월은 홋카이도 어딜 가나 썰렁하다. 이 동네 사람들에겐 당연한 사실이지만 간혹 모르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이 시기에 홋카이도를 찾은 타지 사람들은 아쉬움을 한 바가지 안고 돌아갈 거다. 여행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얘기인지 '홋카이도 봄 여행 비추'라는 연관 검색어가 뜰 정도이다. 그런데 이 말만 듣고 '그럼 봄에는 홋카이도 가면 안 되겠다'라고 단정 짓긴 섣부르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면 홋카이도의 '진짜' 봄을 아깝게 놓치는 셈이다.
5월이 되면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각종 식물들이 한꺼번에 꽃을 피운다. 목련, 매화, 벚꽃이 나란히 얼굴을 내밀고 여기에 진달래, 개나리, 민들레, 등꽃, 튤립, 라일락까지 합세하여 여기저기 꽃잔치가 열린다. 하늘은 또 얼마나 푸른지. 미세먼지, 황사 걱정 없는 삿포로의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정말 또렷하다. 이 풍경을, 이 계절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겨울을 힘들어하는 사이 봄을 사랑하게 되었다.
겨울이 길고 지루해서 매해 겨울만 되면 이 동네가 싫다고 투정 부리기 일쑤였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머지 세 계절이 질리지도 않을 만큼 아름답다(지금은 그런 겨울까지 애증? 애정한다). '나 삿포로 좋아하네...'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