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언어를 만나
Lorenzo Bartolini,
Fiducia in Dio,
1834, marmo, h. 93 cm,
Milano, Museo Poldi PezzoliImage 1 of 6
영혼의 언어라는 게 존재한다고 치자. 영혼의 언어를 늦은 나이에 만났다 치자. 그걸 또 익히려면 무한의 시간이 걸릴 텐데 엄살을 피워보자. 무한의 시간이 걸리는 동안 나는 그 언어로 무얼 할 수 있으려나.
딸아이가 어릴 때 엄마는 왜 이렇게 꼬부랑 글씨를 좋아해? 물어봐서 글쎄다, 전생에 꼬불꼬불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다녔던 서양 마녀였나보다 라고 놀려준 기억이 난다. 가능하다면 나는 숲 속의 머리 길게 늘어뜨리고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다니는 마녀처럼 살고 싶었다. 자아라는 게 발동되기 시작할 때부터 그 마음이 시작됐으니 늙어서 사지에 힘이 하나도 없을 때에도 그 마음은 이어질 거 같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를 익히는 동안 그 헤아릴 수 없는 열정과 광기와 분노를 담아 이탈리아어로 말을 하고 이탈리아어로 책을 읽고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동안 무수하게 절망의 늪에 빠지면서도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 엉금엉금 기어올라 그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하는 도전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로렌초 바르톨리니의 동상 앞에서 한 시간이 흘렀는지 하루가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만히 서 있고 싶다. 천사가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방해하면 안된다. 천사가 노한다. 욕심이 그득한 게 제 어미를 닮아서 이탈리아어 아베체데를 이제 막 떼는 주제에 나도 내 이탈리아어 사전 사줘. 해서 방금 알라딘에서 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