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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May 12. 2021

이탈리아에 살고 싶습니다

이탈리아에 왜 가려고 하는가





이탈리아에 가면 돈이 나오나 이탈리아에 가면 행복이 마구 샘솟나 이탈리아에 가면 여기에서 사는 거랑 달라지는 게 있나 하고 시어머님 아드님과 엄마가 이야기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 수연아,라고 엄마가 이야기한다. 공부는 여기에서도 할 수 있는데 코로나가 아직도 극성인데 뭐 하러 이탈리아까지 가느냐. 엄마, 이탈리아는 말이야 음 공기가 달라. 황사가 없어 일단. 황사 때문에 한국을 뜨려고 하니? 응? 나 한동안 황사 너무 끔찍해서 매일 기침하고 살면서 아빠 닮아 이렇게 나약해빠진 기관지 따위 하며 짜증을 내면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 한동안 자료를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코로나라는 재앙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황사가 사라졌다. 미세먼지도 사라지고. 코로나로 인간들의 활동이 스탑되고 지구는 다시 살 만해지고 아 인간들이 지구의 적인가 보다 하고 깨달았다. 이탈리아에 가면 뭐 얼마나 달라지는 게 있겠습니까. 이탈리아에 가면 에스프레소를 달고 살 테고 달디단 것들을 달고 살 테고 파스타와 피자와 이탈리아 가정식을 마구 먹어서 살이 좀 많이 붙을 테고 (그래서 이탈리아어로 요가 동영상 본다, 이탈리아 가서 요가도 해야 해서) 이탈리아 말을 조금 더 많이 들을 테고 근처 미술관과 박물관을 조금 더 자주 놀러 다닐 테고 이탈리아 도서관과 서점은 어떤지 자주 갈 테고 마음이 동하면 딸아이 학교 빠지게 하고 확 데리고 시칠리아에 가서 바다 구경 좀 하고 오고 뭐 그런 거 빼고 한국살이랑 뭐가 그렇게 달라지겠는가. 이탈리아에 가도 괜찮을 무렵이면 코로나가 모두 사라져야 할 텐데 다시 축제도 하고 그럴 테니 축제 구경도 해야 하고 사람들 많은 곳 가서 춤도 추고 그래야 하는데 하니까 엄마가 수연아 너는 공부하러 이탈리아 간다고 하면서 왜 놀 생각만 하는 거니. 솔직히 이 엄마에게만 말해보렴. 너 솔직히 놀고 싶어서 이탈리아 가려고 하는 거 아니니? 나는 이탈리아 가서 좀 놀아도 돼 엄마. 그런데 공부도 해야지. 하니까 엄마가 몇 번을 이야기하니.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가서 독하게 이탈리아말 배워갖고 와야지. 피땀 흘려 번 우리 사위 돈으로 가서 놀기만 할 생각을 하니. 미친 듯 공부를 해야지. 아니 우리 엄마는 알고 보니 우리 엄마가 아니라 동거남 엄마?!






 아침 눈을 뜨고 억지로 아침밥 차릴 준비를 하는 동안 토마토를 와그작와그작 씹으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을 하는 동안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나는 커피가 필요해 나는 커피가 필요해 이탈리아어를 오물오물거려본다. 이탈리아에 가서 학교 다닐 거라서 이탈리아어 공부 열심히 해야 해요,라고 딸아이가 여동생이랑 전화 통화하는 동안 말했다. 네 엄마 허언증 있는 거 몰랐니? 민아. 그런데 무슨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니.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렴.이라고 해서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허언증 없어. 꿈을 꿀뿐이지! 가려고 했으나 못 간 거지! 스페인도! 하니 오죽하실까 라고 비꼬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너 기억 안 나? 너 불어 좋아서 고등학교 다닐 때 미친 듯 불어 공부할 때 언니가 나도 나중에 프랑스 가야지 했을 때 아니 불어도 싫어하면서 무슨 수로! 했을 때 그래도 언니는 프랑스 간다 두고 봐라 동생아. 했지. 그리고 프랑스 갔잖니. 했더니 불어 싫어했는데 갑자기 프랑스 철학 전공하는 남자랑 연애하면서 불어 다시 공부한다고 알리앙스 다녔잖니. 그리고 뜬금없이 아 연애가 지겹다 동생아 그냥 다시 솔로로 돌아가야겠다 하고 헤어졌잖니 그리고 영국 가야겠다 했잖아. 그런데 영국 물가가 오죽 비쌌니. 그런데 너랑 나랑 동시에 영국 가고 프랑스 간다고 했잖아. 근데 언니 혼자 영국으로 튀면 다시는 오지 않을 거 같다고 엄마가 오죽 불안해했니. 그래서 엄마가 나보고 언니 케어하라고 우리 같이 프랑스로 보낸 거잖아. 그런데 그게 어떻게 프랑스 간다 두고 봐라 이거랑 연결이 되니. 그래서 아니 왜?! 그게 연결이 되는 거잖니. 언니가 프랑스 간다 동생아 했는데 프랑스 갔잖니 어쨌거나. 내가 너 밥 해 먹이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너 그때 엄청 또 잘 먹었잖니.라고 동생이 그래서 너 이 언니 덕분에 스페인, 이탈리아 다 가고 그랬잖니. 여행 안 간다고 무섭다고 발발 떨다가 이 언니 있어서 스페인, 이탈리아 다 간 거 알아? 몰라? 하다가 문득 다시 이탈리아 가고 싶다, 언니야라고. 그래서 언니가 이탈리아 있는 동안 놀러 오렴, 동생아. 제부랑 애들 데리고. 우리 엄마도 모시고 오렴. 하니까 막 웃는 동생에게 동생아 꿈은 말이야, 갖고 있으면 이루어진다. 봐라. 하고 전화통화를 끝냈다.








 이탈리아에 사는 이가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고 한다. 언제가 될지 지금은 솔직히 깜깜하지만 아침 에단 호크의 테드 동영상을 보다가  말에 방점을 찍었다. 다른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말하는 책을 읽지 말아요.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을 펼쳐서 읽도록 해요. 살아가는  그런  아닌가.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렇게 살아야 하고 이렇게 살아야  사는 거고 저렇게 살아야  살아가는 거라고.  살아가는 기준이  어느 순간 규격화되어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딸아이는 맨날  지구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한다.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데  해야 지구를 살릴  있을지에 대해서. 우리의 미래는 어떨지에 대해서 끝없이 궁금해한다. 에단 호크의 말과 딸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뜬금없이 이탈리아에 가면  지구를 위해서 뭔가 보탬이   있는 일을   있을  같아  본다. 너무 억지스럽네.  쪽팔려. 얼마 전에 친구랑 이야기  건데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두 의대에 가려고 한단다. 그럼  되는데 하고 걱정했다. 시인이 되어야 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해, 그래서 의대를 가래. 그럼 의대에 가서 공부를 하면서  아이가 시를 얼마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하는데 의사 하면서 시도 쓰시는 마종기 선생님 생각이 퍼뜩 나버리네;;;;;;; 그래서 시어머님 아드님을 괴롭혔다. 야야 여보야 의사 하면서  쓰는  어떠니? 하니까  의대 가려고? 자기? 내가 지원해줄게! 얼른 수능 공부 다시 시작하자!  소리야?!  의대를 ? 내가!  이탈리아 가야지! 이탈리아  거야! 남편이 이야기했다. 그럼 자기야 이탈리아 의대를 가면 어때? 멋지지? 하는데 일순간 정신을 잃고 이탈리아 의대 들어가면 얼마  종합병원에서 속눈썹 하늘하늘거렸던  레지던트 오빠 야처럼 멋진 오빠들이 엄청 많겠네! 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니야 이탈리아 의대는 무리다. 그냥 이탈리아 가서  놀고 오는 걸로 하자. 이탈리아에서 마음껏 놀다가 이 누나가 티라미수 장인이 되어서 돌아올게. 어떠니. 이탈리아 보내줘도 괜찮을  같지 않니? 했는데 갑자기 이탈리아어로 이건 뭐야 이탈리아어로 저건 뭐야 하고 물어본다.  하나도 모르겠다. 하니까 이것도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저것도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그런   가능해야지.  그렇네. 하고 노트를 펼치는데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한테  반한 건가, 아직도 이렇게 지겹게 같이 살면서  이렇게 퍼뜩 반하는  가능한가 싶어 ?  누나한테  반했니? 물어보니 아니, 그냥 재미있어서. 뭐가 재밌니? 자기는 꿈나무잖아. 계속 꿈을 먹고 자라 쑥쑥. 나이가 마흔다섯인데 열다섯처럼 계속 꿈을 먹고 자라는 거야. 신기해.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그러겠지? 칠십이 되어 여보,  이제 라틴어  공부해볼까 .라고 하겠지.






 그런데 어쩐지 그 말이 딱 들어맞는다. 나는 죽을 때까지 꿈을 꿀 거 같다. 거기에는 어떤 낯선 외국어가 있을 거 같다. 가능하다면 라틴어 괜찮지. 나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동거남이 말했다. 근데 자기야 계속 꿈만 꾸다가 꿈은 언제 펼치니? 대체. 그래서 가서 꽈악 안아줬다. 또 맞을 줄 알고 배에 힘주고 있던 동거남이 당황해했다. 아니, 누나, 우리 가족끼리 이러면 안 돼요, 누나. 누나가 이탈리아 가서 성공해갖고 올게 우리 아가. 누나랑 민이랑 우리 마리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몸 잘 챙기고 있으렴. 한 3년은 혼자 있어도 괜찮지? 밥 잘해 먹고살 수 있지? 우리 시엄마한테 가서 우리 엄마한테 가서 밥 얻어먹어, 집밥 먹고 싶으면. 꽈악 안은채 위를 올려다보며 또 나도 몰래 속눈썹을 깜박거리는 횟수가 늘어날 무렵 즈음, 근데 아직 이탈리아 말 그렇게 못하는데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얼른 이탈리아어 먼저 공부 좀 해. 오페라도 공부 좀 하고. 제가 이탈리아에 이 나이에 오페라 공부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오페라 공부해야 하나요. 네? 네? 네? 오페라 들으면서 이탈리아 말공부하면 더 잘된대. 이탈리아어를 공부해야 오페라가 잘 들리는 건가? 크크, 나도 모르겠다. 코로나 없어지지 않으면 이탈리아 못 가. 안 보내줄 거야. 안 보내준다는 그 말에 왜 내 가슴이 설레는지. 아침부터 오두방정을 떨었다. 이탈리아에 살고 싶지만 지금은 한국에 살고 있으니까 서울 하늘 아래 있으니까 일단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_를 펼쳐서 읽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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