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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Apr 27. 2021

한 여자의 인생

여자의 인생에 왜 테두리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시나요?









친구집을 잠깐 다녀왔는데 어우 집이 얼마나 좋던지 인테리어잡지에 실린 집처럼 꾸며놓았더라. 일단 평수가 크고 (48평) 마당이 자그마하게 있는 빌라. 친구네는 1층. 방은 4개,  아이들 방 각 하나, 본인 침실 하나 (친구는 이혼녀), 본인 서재 하나 이렇게. 나도 모르게 이야 좋구나 하고 감탄하고 말았다. 꾸며놓은 건 또 얼마나 근사하게 꾸며놓았던지 새삼 자본의 위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이야 돈이 이렇게나 좋구나 하고 놀라고 또 놀랐다. 교양머리 없어 보인다고 친구는 뭐라뭐라 했지만 아니 이건 생각보다 너무 근사한 이혼녀의 삶 아닌가 하고. 사진 찍지 못하게 해서 너 또 인스타 올릴 거잖아 안돼! 단칼에 거절_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갑자기 불끈 주먹을 쥐고 돈을 열심히 모아야겠군, 그리고 돈을 좀 벌 궁리를 해볼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궁리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는 따박따박 월마다 들어오지만 그래도 끊어질 돈이니 3년 전부터 돈 벌 궁리를 하던 친구는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한다. 전업주부가 급작스럽게 이혼을 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참 제한적이다. 그래도 차박차박 준비를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니 친구 입장으로서는 기분이 좋다.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책임지고 함께 있는 이들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 친구는 운이 좋아 유예기간이 있었고 대학원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그동안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친구와 술 마시면서 주로 이야기 나눈 건 이 부분에서. 전업주부였지만 친구는 영어를 꽤 잘 한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영어는 꾸준히 손에서 놓지 않더라. 그렇게 해서 얻은 직업은 전문직이랍니다 더구나. 고소득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 아이 키우면서 노년을 준비하기 위한 첫 발걸음치고는 훌륭하다. 가끔 우울증이 도질 때도 있지만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고 이제 내 인생에 남자는 없겠지 사랑은 없겠지 주절거리지만 동안으로 보이고 아름다우니 다시 한번 사랑이란 것을 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 객관적으로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아닌데 착각할 여지도 있어서_ 나는 내 친구들은 모두 다 아름답게 본다. 그들의 아름다운 뭔가가 나를 끌어당겨서 내가 그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이 내 아름다움을 발견해서 친구가 되었다고 여긴다. 인생은 한 번뿐인지라 서로의 진실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 또한 축복이다. 핀트가 어긋나 서로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비단 우정에 선 그을 수 없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거나 서로를 증오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관계의 가장 근간이라고 본다. 아 그래서인가 내 지난 사랑들은 다 원수가 되어버렸네 -_- 갑자기 급깨달음. 








다시 친구 이야기로 돌아가서_  아는 소설가 오빠 솔로인데 둘이 매칭이 되지 않아서 소개팅 주저주저하고 있다. 우연히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까나. 그들이 서로 눈이 맞아 사랑을 한다면 참 좋겠지만 비극적인 사랑을 하게 될까봐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 걱정 붙들어매고 제발 소개시켜줘_ 울부짖는 오라버니 모습이 그려진다. 읽을 일 없으려니 하고 마음 편히 이야기하자면 친구의 꿈은 작가. 글 쓰는 작가. 그림도 잘 그리는데 그림 쪽은 취미로 남길듯. 화가 해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나만 있으려나.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한 거 같다. 10년 후에는 꼭 내 책 낼거야. 단언하니 10년 후에 그리 될 거 같다. 나 진짜 소설가 되고 싶어요 누나 라고 말했던 동생은 지금 스포트라이트 받는 신인 소설가가 되었고 시도 쓰고 싶은데 시는 정말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 써야 하는 거 같아 누나 나는 그쪽으로는 재능이 없어 단 일 퍼센트도 라고 말한 신인 소설가였던 동생은 한국 문단의 정점에서 현재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하고싶은 말은 강하게 원하면 그게 쭉 이어지고 노력을 하면 정말 그들 말대로 되더라 이거. 그러니 내 친구도 10년 후에는 자신만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될듯. 







사회는 바뀌어가고 있고 인생도 바뀐다.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시간이라고 해도 어떤 식으로 인생은 변화할지 모른다. 담대하게 인내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도를 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친구집에서 맛난 거 얻어먹고 돌아왔다. 친구집 다녀온 건 꽤 시간이 지났는데 갑자기 쓰고싶은 생각이 들어서 써보았다. 친구집에서 돌아온 후 일단 돌아오자마자 저는 청소를 미친듯 했습니다. 여백의 미라는 걸 깨달아서. 하지만 우리집은 쪼꼬미라서 흑 아무리 치워도 여백의 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침 늦잠 자고 이탈리아어를 공부했습니다. 프랑스어도 스페인어도 해야하는데 아 이게 동시에 되는 일이 아니다. 아니면 나라는 인간이 동시 진행이 어려운 인간인지도. 다른 사람들에 발 맞춰 살아가려고 하지 말자. 100세 시대인데 가랑이 찢어지면 오래 살지 못하니까. 자신을 알아가는 일. 자신을 가꾸는 일 (여기에서 가꿈은 외모의 가꿈 말고 인성 가꿈? 마음 가꿈?), 그 작업이 끝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이 이야기는 친구와도 끝없이 했다. 









명품가방을 사고 아름다운 옷을 사고 화장품을 몸에 걸치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자의 인생이 그런 식으로 제한되는 걸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싫어했다. 명품가방을 사고 아름다운 원피스를 사고 값비싼 화장품을 함께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여자의 인생이 규격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명품가방 선물해주는 남자보다 책 100권 선물해주는 남자가 희귀한 시절이다. 나를 사랑해주던 돈 잘 버는 옛날 애인도 책 100권보다는 아름다운 원피스를 걸치고 예쁘게 꾸민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자랑질하고 싶어했다. 화장도 좀 하고 머리도 좀 기르고 몸도 좀 예쁘게 가꾸고 그러기를 원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강변 벤치에 앉아 옷도 사주고 가방도 사주고 화장품도 사줄게_ 해서 지그시 애인을 향해 말했다. 아예 아파트를 사주지 그러니. 내 명의로. 그럼 좀 감동받겠다 야. 아파트란 말에 쭈뼛거리던 그. 아 아파트는 좀 아닌 거 같아. 아 그래 사랑이 그 정도인 거겠지. 나를 향한 네 사랑이 그 정도인 거겠지. 아파트 사줄 거 아니면 자꾸 옷 사준다 가방 사준다 이딴 소리 하지 마. 내가 네 인형이니. 이 아줌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왜 책은 사주지 않았을까 궁금해지네. 책도 그렇게 많았으면서 말이야. 









그리고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거 같은데 저는 스무살 때부터 책을 잔뜩 사주는 애인과 결혼하고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혹은 책을 잔뜩 사주는 남자라면 얼추 어느 정도 사랑이 깊어질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내 책 사겠다는 생각은 어머나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책을 잔뜩 사주는 남자와 살고 있을까요? 아닐까요? 미쳤나봐 마구 웃음이 나온다. 원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한 달에 책값만 30-40만원이 나와도 뭐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 사, 좀! 나중에 그런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내가 돈 벌어서 주로 나간 돈은 책값, 커피값, 술값이었는데 지나고 이 시간이 되어도 잘한 짓 같다. 말썽도 곧잘 부리긴 했지만 책을 무한정 읽을 수는 없었어도 읽고싶은 책이 있으면 마음껏 사주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고 지금도 읽고싶은 책을 모두 살 수는 없지만 추리고 추려서 사고싶고 읽고싶은 책은 사주는 남편이 있다. 이게 내 팔자일까 싶을 때도 있지만 투정을 부린 적은 없다. 물론  딸아이에게는 이야기한다. 네가 볼 책 네가 돈 벌어서 직접 사서 보아라. 그리고 네 남자도 너처럼 책 좋아해서 책 너한테 많이 선물해주면 좋겠다. 그럼 나오는 반응은 이러합니다. 아이구 어머님, 제 나이 겨우 초딩6년입니다. 제발 고정하시옵소서. 성교육 해주려고 말 꺼내도 이런 반응, 아니 어머님 제 나이 겨우 초딩6년인데 제가 남자랑 잠을 자도 얼마나 먼 미래의 일이겠습니까, 제발 고정하시옵소서. 아이구 말이 또 길어졌다. 










아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올랜도 꼭 읽으세요. 인생이 달라집니다. 책 읽고 영어공부하는 친구(위에 저 친구 말고 다른 친구)가 왜 젊은 나이에 학교 다닐 때 올랜도 안 읽었을까, 왜 울프 안 읽었을까 진심으로 고뇌하는 게 느껴져서 건성으로 맨 앞만 찰박찰박 올랜도 건드리다가 새벽에 읽고 크나큰 깨달음을. 뭐 막 번개를 맞고 이런 건 아닌데 어쨌거나 올랜도 다 읽고 울프 언니 전작 다 읽으면 내 인생이 달라지겠구나 그런 느낌이 새벽 3시 찌리리리리릿 하고 왔다. 한 편의 소설이 인생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좋아할 책이다 올랜도는. 그 혹은 그녀의 인생 안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더듬어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인생이 달라져있을지도. 빅 매직 영향인가. 요즘 막 이런 소리 자주 하고 다니네. 인생이 달라질거야 인생이 바뀔거야. 나도 모르게 중독된건가, 빅 매직에. 우주의 기운이 있다면 이런건가 요즘은 그런 게 막 느껴진다. 로마에서 유학하는 신부님한테 메시지 보내서 물어보았다. 신부님 저 요즘 우주의 기운이 막 느껴지는데요. 이건 뭘까요? 하고. 공부하고 계시나보다 아직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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