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등 기대고 뜨듯한 방바닥에 앉아 두툼하고 묵직한 이불을 무릎에 덮고 새콤달콤한 귤 까먹으면서 밀린 영화 보기. 기온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늘 이 장면을 떠올린다. 내가 그리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겨울 휴식.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마트 가서 귤만 사 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소박한 일인데, 실제로 해 본 기억이 없다. 바깥 기운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으레 떠올리기만 할 뿐. 약간 이런 느낌이다. 마음속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형태의 아늑한 이미지를 실제 방 안으로 가져왔을 때의 그 괴리 혹은 판타지의 깨어짐에 대한 우려 같은 것?
실은 다 헛소리다. 이번 겨울엔 그리 해 볼 생각이다. 진짜 진짜 추운 날이어야 한다. 담요는 극세사로 된 부들부들한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베란다에서 차가워진 샛노란 귤은 바구니에 담아 손이 닿는 탁자 위에 두어야 한다. 따닷한 온돌 바닥 위에 눌러앉은 엉덩이는 벌겋게 익어갈 것이다. 그러고는 주황색 은은한 조명 하나 켜두고선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거다. 어느 틈엔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그러다가 진짜 진짜 꿀 같은 낮잠에도 빠져들어 보고. 하암- 벌써 나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