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일찍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김 없이 북적이는 지하철 안이다. 내내 서 있다가 운 좋게 앞에 자리가 나 앉았다. 어느 역에서 커다란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하차하자 지하철이 조금 한산하다. 왼쪽에 앉아 있던 몸집 커다란 남자마저 일어서면서 비좁았던 자리도 조금 넓어졌다. 마주 보이는 자리에도 한 사람, 두 사람 내리기 시작한다. 한 두 역쯤 더 갔을까. 이제 이 칸에는 나와 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한 사람 말곤 아무도 없다. 조금 전부터 궁금해진 것인데, 이 사람은 왜 한 칸 옆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고 계속 내 옆에 꼭 붙어 앉아 있는 걸까. 내 오른쪽 팔과 옆 사람 왼쪽 팔에 닿는 게 은근하게 신경쓰이던 중이다. 그러다 옆 사람도 나와 똑같은 물음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향해 묻고 있을 수 있겠다. 왜 옆으로 좀 가지 않느냐고. 슬쩍 한 칸 옆으로 이동해볼까? 하지만 이제 와 갑자기 그로부터 떨어지려니 타이밍을 놓친 것도 같다. 그가 스스로에게서 무슨 냄새라도 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면 어쩔 것이란 말인가. 당치도 않은 고민을 이어가며 우물쭈물 하는데 열차 내 방송이 울린다. “이 열차의 마지막역이니 모두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지하철을 잘못 탔다. 이 바쁜 출근 시간에 지하철 안이 텅 비어 있는 것에서부터 의심해야 했는데. 내 오른 팔을 건드리는 옆 사람 팔에만 온 신경이 가 있으니 알아챌 겨를이 없었나 보다.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난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일어서서 걸음을 옮긴다. 출입문 앞으로. 옆 사람이 의심할 리 만무한 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