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한 마음을 읽어주는 선생님

by 박수인

오늘 문득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줄곧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월요일을 기다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어쩌면 미술 선생님과 대화하는 게 좋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워서일지 모른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오늘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내 수업 전에 오는 일곱살 반 아이들과의 일화였다. 일곱살 아이들도 오늘 내가 한 것과 같은 활동을 했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달항아리를 그리고, 그 위에 자개를 붙였다. 선생님이 보여준 사진 속에서 아이들은 눈동자에서 레이저 같은 빛을 발산하는 듯 캔버스를 노려보면서 작은 자개 조각을 캔버스 위로 조심 조심 옮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하면서 선생님은 약 한 시간 전쯤 이 자리에 앉아 있었을 아이들과의 시간을 되새김질했다. 한 아이는 달항아리 그리기를 완성하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 마음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이 아직 ‘뿌듯하다’는 말을 모르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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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하다는 거야?”

“뿌듯이 뭐예요?”

“지금 느끼는 그럼 감정을 ‘뿌듯’이라고 해.”

“‘뿌듯하다’는 말로 그럼 다 표현이 되는 거죠? 맞죠?”


누군지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이가 그림을 완성하고는 뿌듯하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는 이야기가 왜인지 모르게 뭉클했다. 아이는 손톱만 한 자개 조각을 핀셋으로 하나 하나 들어올려 캔버스에 그린 달항아리 위에 조심스럽게 얹어간 그 시간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 것에 기뻤던 모양이다. 무엇인가를 해내는 일의 그 촘촘한 과정을 이렇게 아이들도 하나씩 배워나가는구나.


아이는 무언가 벅차오르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 느껴 보는 그 감정을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뿌듯’이라는 단어로 모자람 없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쩍어하면서도, 자신이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줄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기뻤을 것이다.


미술 선생님은 그저 귀여운 아이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 주는 듯 아무런 과장 없이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놓곤 하는데, 이 일상들에는 선생님이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가 담겨 있다. “이 마음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는 아이에게 “무슨 마음? 일단 그림 그린 자리 정리 먼저 할까?” 라고 말하는 선생님이었다면 어땠을까. 벌써 슬프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마음을, 성향을, 감정을 누구보다 꼼꼼하게 알아차리면서도 그것이 대단한 일 아닌 양 유쾌하다. 작은 일에도 의미를 찾고 싶고 함의를 발견하고 싶어하는 나는, 그래서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때 기쁘게 가벼워진다.



_이 훌륭한 선생님은 문래동에 위치한 '해구달 미술학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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