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부터 뚝딱, 뚝딱, 내일도 아침부터 뚝딱, 뚝딱
챱,챱,챱,챱,챱,챱,챱,챱
수용자 십여 명이 흙과 잡초가 섞인 바닥에 사위가 건물 벽으로 가로막힌 조악한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형의집행및수용자의처우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수용자들에게 반드시 매일 일정한 운동 시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수용자들을 운동장으로 데려가 안전하게 운동시키고 거실로 복귀시키는 것 역시 교도관의 일이다.
단순히 수용자들을 줄 세우고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검사하고, 수용자들을 인솔해서 운동장으로 데려가 지켜보는 일이지만, 신입 교도관은 이 간단한 일조차 엉성하다.
수 십명의 수용자들 앞에서 자물쇠를 열쇠로 여는데, 한번에 능숙하게 열지 못하고 지체되면 수용자들은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신입 교도관들은 미숙하게 문을 열다가 귀가 빨개지기 일수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용동을 담당하고 계신 선배님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나를 보고는 수용자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자, 사고 치지 말고, 줄 똑바로 서고.
빠릿빠릿하게 다녀 옵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큰소리로 수용자들을 지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수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큰소리가 나오진 않는다.
부장님이 여기선 짱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시고 (수용자들을) 막 대하셔도 돼요,라고 한 선배가 말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수용자들은 운동 시간에 삼삼오오 천천히 걸으며 조깅을 하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난간을 이용해 턱걸이나 윗몸일으키기를 하기도 했다.
몸이 마동석같이 큰 수용자가 있었는데, 운동장 초소 유리를 거울 삼아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는 사람처럼 진지한 얼굴로 팔과 다리를 꼬는 괴랄한 포즈를 취하며 정체모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았겠지만, 안에서는 밖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 수용자의 부담스러운 퍼포먼스를 그대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 수용자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다른 하루는 접견(면회) 동행 업무를 맡았다.
아직 교도소 지리를 완벽하게 알고 있지 않은 신입 교도관들이 지리를 익힐겸 이곳저곳에 있는 수용자들을 접견실로 데려다주고, 다시 원래 있었던 곳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작업공장에 있는 수용자, 거실에 있는 수용자, 운동장에 있는 수용자, 기독교 집회 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있는 수용자 등을 짧은 시간 안에 찾아 다니다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접견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 늦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종교 집회에 참석 중이던 수용자를 데리러 갔는데 데리러 가야할 곳을 헷갈려서 헛걸음을 했다. 그래서 다른 수용자를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그 수용자가 있는 장소를 모르겠어서 헤매다가 결국 접견 시간에 늦어버렸다.
등 뒤에선 식은땀이 났고 속으로 육두문자를 연발하며 빠른 걸음으로 수용자들을 찾아다녔고, 결국 그들을 데리고 접견실에 도착했다.
천사 같은 접견팀 선배님들은 괜찮다고,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웃어주셨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정말 정신이 없었던 첫 접견이었다.
야간 근무를 처음 할 때 인원점검을 할 때도 실수를 했는데 이건 한번 특집으로(?) 다루려고 한다.
수용자들은 일상을 정해진 시간에 맞춰 매일 똑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그들은 신입 교도관들보다 하루가 돌아가는 루틴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도소에서 오래 생활하고 있는 수용자들은 어떤 일이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만 늦어져도 귀신같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가령 예를 들면 아침 8시에 거실 문을 여는데 1분이라도 늦어지면 즉각적으로 수용자들은 이를 알아챈다.
그래서 수용동 도우미, 일명 소지들은 신입 교도관들에게 낮은 자세로 교도관이 특정 시간에 해야할 일을 부탁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교도관님, 아침 xx분에 분리수거하려고 해서 문 좀 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이렇듯 교도소의 일상 속 가장 낯섦을 느끼는 사람은 신입 교도관이다.
그외에도 여러가지 일들이 아직은 낯설고 어설프다.
덤벙거리고 칠칠치 못한 사람을 현실판 황정음(<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배우 황정음이 연기한 인물이 상당히 덤벙거림)이라고 하는데 내가 딱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원래 일상 생활을 할 때도 나는 상당히 뚝딱거리는 편이다.
그런데 낯선 교도소에선 오죽 할까.
어쩌겠는가, 신입인데,라고 생각하고 그냥 일하고 있다.
그냥 계속 이렇게 뚝딱거리고 뚝딱거리련다.
처음 맡아보는 업무에서 허둥지둥 실수도 많았지만 정말 다행인 점은 좋은 선배님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접견 팀에서 대화를 나눈 선배님은 한 시간여에 걸쳐 결혼, 신혼집 장만, 저축계획, 재개발 지역 등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교도관들은 보안과 야근부에 소속되는데 야근부도 1,2,3,4부로 나뉜다.
우리 부서의 손윗선배님을 만난 건 현재까지 내 교도관 생활 중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나를 찾아오셨을 때부터 인상이 좋았는데 모든 동료들에게 평이 좋은, 소위 에이스 선배님이셨다.
많은 대화를 나눈 시점은 아니었지만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후에 일을 하면서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선배님과 함께 하며 나는 직장에서 선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몸소 배우고 있다.
이렇게 신입 교도관은 하루종일 뚝딱거리면서 교도소에 적응하고 있다.
한동안 나의 뚝딱거리는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