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년 후에 심리치료 팀장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진짜 한마디만 할게.
너네 여기 좀 있다가 야근부에 적응하면 업무가 익숙하고 편하니까 야근부에만 있으려고 할 거야.
근데 평생 야근부에서 야간 근무만 하면서 있을 거야?
일평생 동안 밤 새면서 순찰만 돌 거냐고.
교도소에 발령받은 첫날, 한 계장님(6급 교도관을 지칭)이 해주셨던 말씀을 기억한다.
그런데 선배님, 저는 오늘 처음 근무해서 적응이고 뭐고 아무 것도 모르는데요?
당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 선배님이 말하려는 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신입 교도관들은 99% 보안과 야근부에 배치 받는다.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반복하며 교도소의 낮과 밤을 지키는 일을 하는 곳이 보안과 야근부이다.
경력이 쌓이면 보안과 일근부로 나가 주간 근무만 하기도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무직으로 나가기도 한다.
보안과 행정팀, 총무과, 복지과, 직업훈련과, 사회복귀과, 심리치료과 등 다양한 부서가 있어 평상시 평판을 잘 쌓아 놓은 직원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사무직으로 진출하거나, 인원 모집 공고가 나오면 지원을 하기도 한다.
교도관들은 경력이 쌓이면서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사무직에서 일할 것인지 보안과 일근부(야간근무를 하지 않는 보안근무)로 갈 것인지 보안과 야근부(4부제 야간근무)로 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문제는 야간 수당이 너무 짭짤하다는 것이다.
야간 수당이 한달에 약 50-70 만원, 혹은 100 만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야간 근무를 많이 한 직원은 100 만원 이상 받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사무직이나 일근부로 나갈 시 월급이 통상 50 만원 이상 줄어든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이라면 사무직으로 나가고 싶어도 이 야간 수당을 선듯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사무직으로 나가면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있다.
익숙한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보안과 업무가 너무 잘 맞아서 야근부를 지키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조건들에 따라 각자의 선호가 결정되는 것이다.
내가 딱 보니까, 자네는 야근부 스타일은 아니야.
수용자를 운동시키는 근무를 같이 했던 한 선배님이 초소 안에서 한 말씀이다.
어떻게 아셨는지 내가 숨겨 놓은 목표가 있다는 것을 보셨나 보다.
그러니까 뭐든 적극적으로 배우고 적극적으로 할 생각을 해야해.
어, 내가 야근부에서 열심히 해서 선배들한테 좋은 인상도 쌓고, 사무직도 나가서 여러 업무 경험해보고, 그러다 보면 청(지방교정청)에 갈 기회도 생기면 한번 가서 경험 해보고, 어, 여러 군데 돌아다녀 보고 그러면 확실히 내가 느끼는 게 다르단 말이야.
그러니까 항상 적극적으로 살아갈 생각을 해야 된다고.
맨 처음 말씀하신 계장님이 이어서 한 말씀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심리치료과에 들어가서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교도관이 되고 싶다.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아 보고 계획했던 목표이다.
심리치료과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는 수용자들과 대화를 많이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교도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공시 공부를 하던 수험생 시절부터 재소자들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현재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자신의 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등 심리상담을 한다면 수용자들의 내면을 이해할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수용자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는 수용자들을 돕고 싶다는 숭고한 이유보다는 내 스스로를 위한 개인적인 이유가 훨씬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처음 배우는 업무들을 익히느랴 정신이 없지만, 야근부에서 경험을 쌓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심리치료과에 들어가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심리치료과에 들어간 후 역량을 키우기 위해 상담심리대학원에도 진학해서 공부를 하고 싶다.
공부를 계속 해서 상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교도관이 되고 싶다.
꿈 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 교도관이 되고 싶다.
근무를 하면서 심리치료과 업무를 경험한 선배님들과 대화할 기회도 있었고 심리치료과 팀장 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직은 야근부 적응하기에 급급한 신입이라 대놓고 내 욕망의 구렁이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지만 나름 심리치료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훗날을 위한 밑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은 하찮은 교도시보이지만 30년 후에는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부서 팀장으로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렇지만 우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적응 중이다.
꿈 꾸는 교도시보 수인파크, 오늘도 화이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