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건물 지하 1층에 회의 전용 공간이 새로 마련되었다.
한동안 공사를 하더니 오늘 드디어 오픈했다. 크고 작은 회의실만 해도 15개. 그 옆에는 카페테리아가 근사하게 완성됐고, 구석 한편에는 수유실도 2개나 만들어졌다.
기존에 1층에 있던 커피 자판기를 지하로 옮기고, 원목 인테리어에 의자와 테이블을 셋팅해 놓으니 웬만한 커피숍 못지않은 분위기다. 괜히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든다.
회의실도 전체적으로 밝아졌다. 흰색 테이블과 의자로 통일하고, 빔프로젝터 대신 커다란 검정색 TV 모니터를 들여놓으니 공간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우리 조직은 남자 직원 비중이 높다 보니, 그동안 여직원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새로 생긴 수유실 2개는 꽤 놀라운 변화다. 물론 법적인 기준을 맞추기 위한 공간이겠지만, 소수 인력에 해당하는 여직원을 위한 공간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마음 한편에는 또 다른 의문이 든다.
과연 이 공간을 실제로 누가, 얼마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현재 여직원 중에 수유가 필요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휴게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을 텐데, 업무 시간 중에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자칫하면 ‘없는 것보다 못한 공간’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규정과 기준일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 오후 3시처럼 하루 두 번의 공식적인 휴식 시간을 정해두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시간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도 괜찮지 않을까. 20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관련 담당자들이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든 여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득 20년도 더 전 일이 떠올랐다.
내가 수유를 하던 당시에는 회사에 별도의 수유 공간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탕비실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유축기를 들고 유축을 했고, 그렇게 모은 팩을 회사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퇴근길에 집으로 가져가 아이에게 먹였다. 그나마 회사 안에서는 탕비실이라도 사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
출장이라도 가는 날엔 더 곤란했다. 유축할 공간이 없어 여자 화장실 변기에 앉아 유축을 했던 적도 있다. 유축을 하지 않으면 젖이 불어 통증이 심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환경은 분명 많이 좋아졌다.
시대는 분명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누군가의 배려 덕분이기도 하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버텨온 선배들의 노력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나아졌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믿고 싶다.
나 역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