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처음으로 붕어빵을 먹었다. 군고구마, 군밤, 호떡, 오뎅처럼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길거리 간식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추운 길가에 서서 호호 불며 먹는 붕어빵은 겨울을 실감하게 하는 간식이다.
매년 겨울이면 몇 번쯤은 꼭 사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올겨울엔 붕어빵과 인연이 없었다.
요즘은 역세권, 슬세권처럼 무슨무슨 세권이 넘쳐나지만, 내 기준에서 최고는 단연 붕세권이다. 언제든 붕어빵을 살 수 있는 동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다니는 길엔 붕어빵 리어카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오늘, 드디어 붕어빵 트럭과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거의 반사적으로 다가갔다. 메뉴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팥붕, 슈붕은 기본이고 피자 붕어빵까지 있었다. 그래도 붕어빵은 역시 오리지널이 최고다. 망설임 없이 팥붕을 주문했다.
가격은 예전 같지 않다. 3마리에 2천 원. 한때는 천 원으로 다섯 마리를 사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물가도 오르고 종류도 늘었다. 그래도 맛만큼은 그대로다. 따끈한 팥소가 입안에 퍼지는 순간, 괜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늘 그렇듯 급하게 먹다 보니 입천장이 살짝 까졌다. 성질 급한 건 쉽게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아이들 생각이 나서 붕어빵 세 마리는 포장했다. 차가운 날씨에 식을까 봐 가슴에 꼭 품고 왔다. 맛있다며 웃는 얼굴을 보니 괜히 내가 더 배부르다. 붕어빵 하나로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는 저녁. 이런 소소한 순간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