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따뜻한 남쪽 나라다.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한 시간 거리 안에 산도 있고 바다도 있어 자연을 가깝게 누릴 수 있다. 1년 내내 눈 구경 한 번 하기 어렵다. 겨울도 온화한 편이다. 한파가 와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요즘처럼 춥다고 느껴도 영하 3도에서 5도 사이를 오르내린다. 낮에는 영상 6도 이상을 유지한다. 최근 일교차가 커지면서 감기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사무실 곳곳에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늘었다. 예전에는 감기에 걸려도 마스크를 쓰는 일이 흔치 않았다. 코로나를 겪은 이후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는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나 감기걸렸어요 라며 감기 기운이 있음을 조용히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마스크 하나로 ‘지금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간접적인 표시를 하고,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요 몇 년 동안 감기몸살로 고생한 기억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감기로 앓아 누웠던 기억이 거의 없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긴 했지만 감기 한 번 없이 지내온 내 자신이 조금은 기특하고 놀랍게 느껴졌다. 예전의 나는 툭하면 목이 붓고 콧물이 흐르며 두통과 근육통까지 동반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지금의 나는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약 10년 전 초기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한동안 암환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고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그 당시의 나는 내 몸을 얼마나 함부로 대했었는지 후회스럽다. 먹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때우듯 먹었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업무 스트레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버티는 것이 성실함이라고 착각했다. 결국 그 대가는 몸이 대신 치러주었다. 수술 이후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의 5년은 마음 졸이며 보낸 시간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건강은 잃어본 사람만이 절실하게 배우게 된다는 사실과, 그 이전에 나 자신을 충분히 아끼지 못했다는 후회가 남아있다.
예전과 달라진 점 한가지는 수영을 시작한 이후로 감기와도 거리가 멀어졌고 몸의 면역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내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꾸준한 수영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규칙적으로 수영을 다니면서 비염 증상도 사라졌다. 수영은 전신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면역세포가 몸 전체를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물속에서 호흡을 조절하며 운동하는 과정이 호흡기 근육을 단련시킨다. 체온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외부 온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여담이지만 연말정산을 위해 국세청에서 내려받은 의료비 내역을 확인해 보니 지난 1년간 내가 사용한 의료비가 7만 원 남짓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안과와 치과를 다녀온 정도였다.
주변의 감기 환자들을 보며 느낀 감사함은 단순히 ‘나는 건강하다’는 자랑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스스로 깨닫는데 의미가 있다. 이렇게 돌아보니, 특별히 아프지 않고 평범한 하루를 잘 살아온 내 몸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일상을 무심히 보내다 보면 일부러 애써 들여다보지 않는 한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한지 쉽게 잊고 지낸다. 주변의 감기 환자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아, 나는 그동안 아프지 않았구나’ 하고 깨닫는 것처럼, 타인의 모습을 통해서야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오늘 하루도 정상적인 일상을 가능하게 해준 내 건강한 신체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건강한 몸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