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까 말까, 기대와 귀찮음이 동시에 드는 마음

by 수인살롱

며칠 전부터 장소와 시간을 정해 둔 저녁 약속. 이미 정해 놓은 일정이었지만, 막상 약속 날짜가 되니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저질 체력인 나는 퇴근 무렵이 되면 몸이 지친다. 약속 장소로 운전해서 갈 생각만으로도 피로가 한 겹 더 쌓이는 느낌이었다. 만나면 분명 반갑고 즐거울 걸 알면서도, 집으로 곧장 가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차라리 약속이 취소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겁게 대화할 시간을 기대하는 마음과, 평소보다 과식하게 될 것 같고 소중한 저녁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깝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나갈까 말까,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고 나가지 말까, 그래도 약속을 했는데 지켜야지를 반복하며 마음은 계속 흔들렸다.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양가감정’이라고 부른다. 양가감정이란 하나의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함께 느끼는 심리 상태다. 좋아하면서도 싫고, 기대하면서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 중요한 건 이 감정이 모순이거나 이상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매우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감정이다. 우리는 한 가지 선택이 여러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결과들이 모두 나에게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갈라진다. 즐거움과 피로, 연결감과 소모감, 만족과 후회 가능성을 동시에 계산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감정도 단순해질 수 없다.


사람이 양가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녁 약속은 즐거울 가능성과 동시에 피곤해질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다.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결과를 미리 상상하면서 감정을 앞당겨 경험한다. 둘째, 욕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쉬고 싶은 욕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작동한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셋째,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특성 때문이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이중적인 구조 자체가 양가감정을 만들어낸다.


저녁 6시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퇴근을 서둘렀다. 차는 조금 막혔지만 다행히 5시 50분쯤 식당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잠깐 10분이라도 눈을 붙여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짧게라도 눈을 감고 쉬면 회복이 빠른 편이라 그 선택이 나름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잠깐이라는 계획과 달리 깊이 잠이 들어버렸고, 결국 약속 시간보다 5분 늦게 식당에 들어갔다.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였고, 서로 반갑게 악수하며 근황을 물었다. 웃음이 오갔고, 맛있는 음식과 가벼운 맥주가 흥을 돋구었다. 주제가 있는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맥락 없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실없는 농담에 한 번 더 웃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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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러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분명 귀찮고 괴로웠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또다른 즐거움이 있다. 약속 전의 나는 ‘에너지 소모’를 걱정했지만, 약속 후의 나는 ‘정서적 충전’을 했다. 양가감정은 선택을 방해하는 감정이 아니라, 선택의 양면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귀찮다고 느꼈던 마음도 진짜고, 즐거웠던 마음도 진짜다. 어느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둘 다 내 모습이자 내 감정이다.


아마 그래서 사람은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안고, 그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찾는 존재. 오늘의 저녁 약속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 주었다. 양가감정을 느낀다는 건 아직 사회적인 관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려는 마음이 살아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저녁식사 약속을 앞두고 나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내 마음은 부정해야 할 나쁜 감정이 아니라,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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