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업체 미팅 두 건이 이어졌다. 그리고 26년도 업무 목표를 설정하는 시즌이라 KPI 리뷰 미팅, 그리고 KPI 수정 미팅을 하며 숫자를 점검하고, 방향을 다시 맞추고, 수정 작업을 했다. 그 사이에 자재 입고를 정리하고 자재 구매 요청 한 건을 올렸다. 용역 계약 품의 두 건을 상신했고, 경영진단 질의에 대한 답변도 정리했다. 조선소 미팅 일정까지 어레인지하고 나니 오전과 오후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빼곡했다.이것이 오늘의 업무적인 나다.
점심시간 식사 후에 잠깐 100단어 글쓰기를 했다.오늘의 단어는 냉장고였다. 짧은 글쓰기가 내 점심시간 휴식타임이다. 퇴근길에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지금은 6주 글쓰기 프로젝트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이것이 오늘의 개인적인 나다.
이렇게 나열해 두고 보니,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쓴 시간은 길어야 두 시간 남짓이다. 운동 한 시간, 글쓰기 한 시간. 하루 스물네 시간 중 고작 두 시간이다. 대부분의 에너지는 일터에서 쓰이고, 남은 시간과 체력으로 나를 돌본다. 아마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저질 체력인 나는 퇴근만 하면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동과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퇴근길, 집으로 가는 중간에 수영장이 있다. 거의 자동반사처럼 핸들을 꺾어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도착해서야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갈까.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들어가 볼까. 꾸역꾸역 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씻으면서도 또 고민한다. 그냥 씻었으니 이걸로 운동했다고 치고 나갈까. 이미 옷도 벗었고 몸에 물도 묻었으니, 그냥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자. 또 한 번 꾸역꾸역. 물에 발을 담그면 차가운 물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든다. 잠수를 한 번 푹 하고 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어차피 시작했는데 조금만 더 해보자. 10분만 하자고 들어왔는데, 어느새 30분이 지나고 50분을 채운다. 하기 싫음과 귀찮음이 덕지덕지 붙어 있지만, 에잇 하고 성질을 부리듯 몸을 움직이다 보면 결국 하루치 운동량을 채운다. 참 웃기게도.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노트북 전원부터 켠다. 부팅이 되면 자연스럽게 블로그 창을 연다. 오늘은 쓸 게 없는데, 또 뭘 쓰지, 중얼거리면서 일단 키보드를 두드린다. 오늘 내가 뭘 했지. 그렇게 시작한 문장이 여기까지 이어졌다. 업무와 개인의 경계 없이 그저 흘러가듯 하루가 지나갔는데, 막상 글로 적어보니 내 하루의 패턴이 또렷하게 보인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마음의 여유 없이 보낸 하루라도, 이렇게 노트북을 켜고 앉으면 내 하루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이 방향이 맞는지 잠시 멈춰 묻게 된다. 낮에는 퉁탕퉁탕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일하고, 저녁에는 운동과 글쓰기로 조용히 나를 돌보는 이 생활의 패턴이 마음에 든다.
내 글은 훌륭한 문장도, 대단한 통찰도 아니다. 그럼에도 매일의 기록이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작은 증거로 남기를 바란다. 이 흔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사소한 용기나 자극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나 혼자만 좋자고 사는 삶은 재미가 없으니까. 좋은 것은 나누고 싶고, 내가 애써 만든 이 두 시간의 힘을 조용히 전파하고 싶다. 나의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고생했어.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