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100_ Day 21. 냉장고
냉장고는 비움과 채움이다. 냉장고가 휑하게 비어 있으면 괜히 마음까지 허전해진다. 장을 봐야 할 것 같고, 뭔가 부족한 삶을 사는 기분까지 든다.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할인 행사 문구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게 한가득 채워 넣고 나면 왠지 모르게 든든하다. 잘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가득 찬 냉장고 문을 열어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번에는 또 다른 압박이 시작된다. “이거 언제 다 먹지?” 유통기한을 확인하며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상하기 전에 먹어야 하고, 버리기 아까워 더 먹게 된다. 채움이 또 숙제가 된다. 그렇게 냉장고를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우는 일을 반복한다. 그 결과 내 몸무게는 불어나고, 식비도 늘어난다.
배움과 학습도 다르지 않다. 열심히 채워 넣은 지식이 며칠만 지나면 희미해진다. 분명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서면 까맣게 잊는다. 또 배우고, 또 잊고, 다시 들춰본다. 머릿속에도 유통기한이 있나보다. 비워야 다시 담을 수 있고, 잊어버리면 다시 배우면 된다. 한 번에 완벽하게 채워지는 냉장고가 없듯, 한 번에 완성되는 배움도 없다.
어차피 우리는 먹고 사는 동안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고, 배우고 잊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조급해할 필요는 없겠다. 오늘 비웠다면 내일 다시 채우면 되고, 오늘 잊었다면 내일 다시 배우면 된다. 그러니 매일매일 잘 먹고, 조금씩 배우고, 또 다시 시작하면 된다. 냉장고 문을 여는 일처럼, 배움도 그렇게 일상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