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100_ Day 24. 프라이팬
프라이팬은 구분이다.
프라이팬을 크기별 종류별 4~5개를 쓴다. 생선구이용, 계란말이용, 볶음용, 수육 삶기용, 스프 만드는 용도 등 용도별로 나누어서 쓴다. 생선구이용 팬은 다른 용도와 섞어 쓰지 않는다. 생선 비린내가 다른 음식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 번 밴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애초에 섞지 않는다.
생선구이용 팬은 생선만 굽기 때문에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한 가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더 노릇하게, 더 바삭하게 구워낸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손대다 보면 결국 아무 맛도 남지 않는다. 오늘은 이것을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 시간만큼은 그 배움에만 집중해야 한다.
성장은 무조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선을 긋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지금 집중할 분야를 정하고, 다른 것을 잠시 내려놓는 용기. 섞지 않겠다는 절제. 그 구분이 쌓이면 각자의 영역이 선명해진다. 어느 순간 무엇을 언제 꺼내야 하는지, 어떤 불 세기로 나를 달궈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프라이팬을 나누어 쓰는 일은 번거롭지만, 음식의 맛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내 하루도 아무 데나 쓰지 않겠다는 태도, 아무 냄새나 배지 않겠다는 다짐이 나를 더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