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안 바뀌면 가구 위치라도 바꿔보라

by 수인살롱

설연휴를 낀 일요일.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집청소부터 했다. 안방 침대 위치를 바꾸고, 먼지를 털어내고, 침구류를 교체했다. 거실 소파 위치도 바꿨다. 몇 개 없는 가구지만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집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삶을 크게 바꿀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구 위치를 자주 바꾼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내 주변 환경부터 소소하게 손보는 것이 어느새 취미가 되었다. 아이들은 내가 이렇게 가구를 옮겨 놓으면 “엄마 또 취미생활 했네” 하고 웃는다. 혼자서 가구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하니 엄마는 힘도 세다고 놀린다. 힘이 센게 아니라 요령이 좋은 거라고 맞받아친다.


사실 바꿔봐야 맨날 거기가 거기다.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세로로 놨다가 가로로 놨다가. 규격화된 아파트 구조와 모양이 정해진 가구가 위치를 바꾼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도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나면 기분이 환기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 청소를 마치고 나면 ‘집구석 성취감’ 같은 것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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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불만족을 느끼는 이유도 비슷하다. 기대는 점점 커지는데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때,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재단할 때,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에 마음을 빼앗길 때 불만은 쌓인다. 사람은 바뀌지 않고,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고, 이미 지나온 선택도 되돌릴 수 없다. 삶의 큰 축은 생각보다 단단해서 내 마음대로 안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통제감’ 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해 보는 것. 책상 위를 정리하거나, 침구를 바꾸거나, 머리를 자르거나, 하루의 동선을 조금 바꿔보는 일.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행동은 “나는 아직 내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게 해준다. 불만족이 마음을 괴롭힐 때는 문제 전체를 붙잡고 씨름하기보다, 손이 닿는 자리부터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처 방법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회사의 구조나 세상의 흐름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소소한 생활의 변화를 시도하며, 작은 성취를 쌓는 일은 얼마든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다. 큰 변화는 어렵지만 작은 변화는 매일 가능하다.


오늘도 나는 소파를 조금 옮겼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이동이 나를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 삶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세상을 통째로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가 서 있는 자리 한 평을 정돈해보는 것. 만족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범위 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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