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 하나쯤이야, 오늘 다시 채우면 된다

by 수인살롱

6주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며 나는 매일 오픈채팅방에 블로그 링크를 건다. 누가 읽는지 알 수 없다. 읽고도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지, 애초에 클릭조차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조용하다. 반응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링크를 올린다. 마치 출석부에 도장을 찍듯, “나 오늘도 글 썼어요.” 하고 스스로에게 보고하는 기분으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어제는 설 연휴라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다. 못 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채팅방은 여전히 조용했고,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갔다. 그런데 내 마음은 조용하지 못했다. 약속을 어긴 사람처럼 찜찜했다. 해야 할 몫을 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타인과의 약속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울까.


사람은 스스로를 일관된 존재로 인식하고 싶어 한다. “나는 꾸준한 사람이다.”라고 믿어왔는데, 하루를 비워버리면 그 자기 이미지에 금이 간다. 그때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감정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보다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약속을 어겼다는 불편함은 ‘다음에는 지켜야지’라는 동력이 된다. 만약 아무 감정도 없다면, 우리는 아마 쉽게 포기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 작은 죄책감은 성장의 마찰력이다. 불편하지만, 우리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다.


우리 삶에는 이런 장면이 반복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해 놓고 맛있는 야식 앞에서 무너진다. 하루 30분 운동을 약속해 놓고 “오늘은 피곤하니까”라며 소파에 눕는다. 아침 10분 독서를 하겠다고 다짐해 놓고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이 든다. 아무도 모른다. 혼자만 아는 실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실패는 마음에 남아서 괴롭힌다. 우리는 타인보다 자신을 더 속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도 링크를 건다. 반응 없는 채팅방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내 결심을 외부에 가볍게 걸어두는 장치다. 작지만 공개된 약속은 나에게 책임감을 심어준다. 꾸준함을 실천하기 위한 소소한 꿀팁이 있다면,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지 않는 것이다. “매일 완벽한 글 한 편”이 아니라 “오늘 한 문단이라도 쓰기.” 그리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체크표 하나, 달력 날짜에 작은 동그라미 하나만으로도 사람은 신기하게 다음 칸을 채우고 싶은 욕심과 의욕이 생긴다. 가능하면 아주 작은 공개 공간에라도 흔적을 남겨보자. 대단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인증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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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완벽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어제의 불편함이 다음 성장의 동력이 된다. 하루를 비웠다는 사실이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게 만든다면 그 하루는 실패가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사람들은 생각보다 바쁘고 나에게 관심이 없다. 중요한 건 박수 소리가 아니라, 오늘도 다시 자리에 앉아 시작하는 마음이다. 한 번의 공백이 실패는 아니다.공백은 다시 채우면 된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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