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는 리드미컬하다

나의 사전 100_ Day 27. 도마

by 수인살롱

도마는 리드미컬하다.


도마 위에는 일정한 박자와 리듬이 있다. 탁탁탁탁 칼과 도마가 부딪히며 부엌에 작은 음악을 만든다. 급하게 썰면 빠르고 거친소리가, 천천히 다듬으면 박자가 묵직하고 고르게 이어진다. 도마는 리듬을 그대로 받아낸다. 칼자국이 쌓이고, 물기가 스며들어도 도마는 박자를 놓치지 않는다. 재료가 바뀌어도, 요리가 달라져도, 도마는 일정한 템포를 유지한다. 리듬이 흐트러지면 손이 엇나가고, 리듬이 살아나면 손놀림도 안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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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도 리듬을 탄다. 한 번에 몰아서 한다고 깊어지지 않는다. 하루의 작은 반복, 일정한 박자 속에서 쌓인다. 어떤 날은 속도가 붙고, 어떤 날은 느려지지만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호흡이다. 성장은 폭발이 아니라 리듬이다. 탁탁탁탁 짧은 독서, 한 줄 기록, 사소한 깨달음이 반복되며 나만의 박자를 만든다. 리드미컬한 도마 위에서 재료가 다듬어지듯, 일정한 배움의 박자 속에서 삶도 다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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